[이데일리 정윤영 최훈길 기자] 과세당국이 내년 시행을 예고한 디지털자산 과세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 “제도와 인프라 준비가 지나치게 부족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세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디지털자산의 법적 정의와 과세 기준, 신고 시스템, 세무 행정 역량 등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를 강행할 경우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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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과세는 당연히 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했다. 다만 현재처럼 디지털자산의 법적 성격과 분류 체계조차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만 먼저 추진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김 변호사는 “디지털자산 2단계 법안 등 관련 입법이 정리된 이후 과세 논의가 이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인데, 지금은 입법은 꼬이고 과세 일정만 남은 상황”이라며 “디지털자산의 법적 성질에 따라 과세 항목과 세율, 사업 구조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기준 정리 없이 무조건 내년부터 과세하겠다는 것은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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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표는 “세금이라는 것은 시행 시점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하는 시점’이 따로 있다”며 “1326만명의 가상자산 투자자가 2027년 1월 1일부터 발생하는 소득을 어떻게 관리할지 결정하려면, 늦어도 올해 상반기에는 과세 기준이 확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 약 8개월을 남긴 지금까지 국회에서는 폐지법안과 유예론이 충돌하고 있고, 양당의 단일안조차 없다”며 “시행 직전까지 기준이 흔들리는 세금은 결국 성실한 납세자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거래가 과세 대상인지, 의제 취득가액 산정 시 어떤 거래소의 시가를 쓸지, 해외 거래소·탈중앙화거래소(DEX)·스테이킹·에어드랍·디파이 수익을 어떻게 분류할지, 손실은 어떻게 처리되는지가 정해져야 한다”며 투자자가 알아야 절세 계획을 세우고, 거래 기록을 보관하고, 필요하다면 자산 배분을 조정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좌담회 전문이다.
-국세청이 시행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밝히고 있지만, 야당에서는 완전 폐지론도 나오고 있다. 각각 어떻게 평가하나.
△티모시 신=국세청과 더불어민주당 일부의 ‘현행법대로 시행’ 입장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정의 원칙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는 합리적이다. 그러나 현실적 한계도 분명하다. 우선 현재 국세청 시스템은 5대 국내 거래소 중심으로 짜여 있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 DEX 거래까지 포착하기는 어렵다. 향후 글로벌 가상자산 정보 자동교환체계(CARF)가 도입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총량 정보 위주라 개인 단위 추적에는 한계가 있다.
또 현재 디지털자산 양도차익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면서 손실 이월공제가 없는 점도 문제다. 주식 양도소득세 체계와 비교하면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시행될 경우 자금이 추적이 어려운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 DEX로 이동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거래소 외부 출고액 107조3000억원 중 90조원이 이미 화이트리스트 지갑으로 빠져나간 상황이다.
△김태림=반대로 국민의힘의 ‘완전 폐지’ 입장은 정치적·제도적 논리가 혼합돼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일부 디지털자산을 상품으로 보기 시작한 점, 국내 거래소 수수료에 부가가치세가 붙고 있다는 점에서 제기되는 이중과세 논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이후 형평성 문제, 국세청 인프라 부족, 청년 투자자 표심 등이 모두 결합된 것이다.
다만 이중과세 논리는 다소 약하다. 거래소 수수료에 붙는 부가가치세는 ‘중개 서비스’에 대한 과세이고, 양도소득세는 투자 차익에 대한 과세라 과세 대상 자체가 다르다. 하지만 인프라 부족이나 형평성 문제, 자본 유출 우려는 실제 정책적으로 고민할 만한 지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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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정치 현실과 행정 상황을 종합하면 2027년 1월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아래 세 가지 중 하나다. 첫 번째는 또 한 차례 유예다. 시행 시점을 2029년이나 2030년으로 미루고, 그 사이 디지털자산기본법과 CARF 도입, 국세청 시스템 고도화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정치적으로는 가장 부담이 적지만 네 번째 유예가 되면 정부 과세 의지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두 번째는 ‘유예 후 전면 개편’이다. 일본처럼 디지털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재분류하고 분리과세 20%, 손실 이월공제 등을 포함해 주식과의 형평성을 맞추는 방식이다. 가장 합리적이지만 정치적 합의에 시간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완전 폐지다. 정치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조세 정의 원칙과 충돌하고 미국·일본·EU 등 글로벌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 장기 지속 가능성은 가장 낮다고 본다.
△윤현근=두 번째 시나리오가 한국형 모델에 가장 부합하다고 본다. 일본이 ‘금융상품 분류 + 분리과세 20% + 손실 이월공제’의 패키지로 가는 흐름과 동조화하면, 한국은 글로벌 자본 매력도와 조세 정의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단, 어떤 시나리오를 택하든 결정과 공표는 빨라야 한다.
-정부와 국세청은 어떤 준비를 우선해야 한다고 보나.
△윤현근=우선 케이스별 실무 가이드라인부터 공개해야 한다. 거래소 간 이체, 콜드월렛 보관, 스테이킹·렌딩·에어드랍·디파이 수익, NFT 거래, 토큰 스왑, 하드포크 자산 등을 어떻게 처리할지 최소 시행 6개월 전에는 나와야 한다. 의제 취득가액 산정 방식도 중요하다. 어떤 거래소 시세를 기준으로 평균을 낼 것인지, 시가 산정이 어려운 코인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공식 기준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연말 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
△티모시 신=신고 시뮬레이션 도구도 사전에 제공해야 한다. 홈택스에서 투자자가 거래 내역을 입력하면 예상 세액과 신고 방식을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식이나 부동산 양도세에는 이미 있는 기능인데 디지털자산만 예외일 이유는 없다. 거래소와 가상자산사업자(VASP)가 제출해야 하는 표준 데이터 포맷도 미리 공개돼야 한다. 그래야 거래소도 시스템을 정비하고 투자자 역시 자신의 거래 데이터를 일관된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다.
-투자자와 사업자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김태림=정부 결정과 별개로 개인 투자자와 사업자는 일단 ‘과세 시행’을 전제로 준비해야 한다. 국내외 거래소, 개인지갑, DEX 거래 기록과 취득·양도 시점, 수수료 등을 모두 체계적으로 보관해야 한다. 2027년 1월 1일 0시 기준 시가가 ‘의제 취득가액’으로 인정되므로, 그 시점의 보유 자산 평가 자료도 따로 만들어둬야 한다. 또 VASP를 통해 거래되는 자산은 이동평균법, 그 외는 선입선출법이 원칙이다. 보유 포트폴리오의 구성에 따라 어떤 방법이 더 유리한지 사전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티모시 신=법인 투자자는 회계처리와 세무처리 정합성을 미리 맞춰야 한다. 어떤 자산 항목으로 분류하느냐에 따라 평가손익 인식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VASP·수탁사·발행자의 경우에는 고객 거래정보 보고 체계를 준비해야 한다. 향후 분기별 또는 연 단위 거래 명세 제출 의무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CARF 도입 흐름까지 고려하면 고객확인(KYC)와 트래블룰 체계도 지금보다 훨씬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