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자' 낙인에 피멍드는 아이들[기자수첩]

이지은 기자I 2024.12.02 17:16:27

유명 연예인도 '미혼모' 딱지…양육비·상속 가십도
제도권 밖 출산 편견 방증…차별적 법·용어 정비 필요
여야 관련 입법에 군불…다양한 가족 형태 고민해야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배우 정우성씨와 모델 문가비씨의 ‘비혼 출산’이 우리 사회의 달라진 가치관을 반영한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국내 통계들도 쉽게 언급된다. 그러나 유명 연예인마저도 비혼 출산 담론에서는 ‘미혼모’가 되고 그의 자식은 ‘혼외자’가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정씨의 재산에 따른 양육비 규모, 아이의 상속 가능성까지도 가십거리가 되는 건 아직도 제도권 밖의 출산·양육 환경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증명한다.

정부는 아동수당, 부모급여 등의 제도들이 이미 수혜자인 아이 측면에서 설계된 만큼 복지 측면에서 비혼 출산에 대한 지원 차별은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데일리 취재 과정에서 만난 비혼 출산의 당사자는 자신을 ‘미혼모’보다 ‘이혼녀’라고 소개하는 게 차라리 편하다고 했다. 게다가 특히 이런 편견에 노출된 채 성장해야 하는 아이의 삶은 상대적으로 논의 층위에서도 밀려나 있다. 문화적 차별을 법이나 제도만으로 바꾸기에는 쉽지 않은 현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상가족의 범주 밖에 있는 아이들이 보호받기 위해서는 이들이 속한 가정의 형태 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가족이라 함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 단위를 말한다’고 정의한 건강가정기본법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혼외자 같은 부정적 인식이 담긴 차별적 용어를 정리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현행 민법은 부모의 혼인 여부에 따라 태어난 아동을 ‘혼인 외의 출생자’(혼외자)와 ‘혼인 중의 출생자’(혼중자)로 구분하고 있다.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수가 이미 낡았다고 느끼는 차별적 용어인 ‘혼외자’라고 아이를 부르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이를 중심에 두고 보자. 혼외자가 아니라 그냥 아들”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연대관계등록제(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록 등거혼(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에서 모두 관련 입법에 군불을 때는 모양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다양한 가족 구성 형태에 고민해야 할 때다. 이번 사안이 유명 연예인의 스캔들로 그치지 않고 미래 세대의 건강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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