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 지역 운송 중 침몰 추정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서 공개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태안 청포대 해수욕장 갯벌에서 조선 시대(전기) 왕실 관련 건축물의 지붕을 장식하는 용머리 모양의 기와 취두와 갑옷을 입은 사람 모양의 장수상을 발굴해 오는 31일부터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공개한다. 조선 전기의 취두가 온전한 모습으로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충남 태안 청포대해수욕장에서 발견된 취두(사진=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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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공개되는 유물은 총 4점이다. 지난 6월 청포대 해수욕장 일대에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발굴조사 중에 찾아낸 취두 1개체(2점)와 지난 2019년 9월, 조개를 캐던 지역주민이 같은 장소에서 발견해 신고한 취두의 아랫부분 1점, 한 달 후인 2019년 10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신고지점에서 추가로 수습한 장수상 1점이다.
조선 시대에는 궁궐 등 권위 있는 건축물의 지붕에 제한적으로 취두, 잡상 등 장식기와를 사용했다. 용머리 모양의 장식기와인 취두는 주로 위·아래로 나뉜 두 부분 또는 세 부분으로 분리해 만든 다음, 지붕에 얹을 때는 쇠못으로 상하를 고정하여 연결하였다. 잡상은 추녀마루 위를 장식하는 여러 가지 모양의 기와로 장수상을 맨 앞에 배치한다.
| 조선 시대 궁궐 지붕의 장식기와(창덕궁 명정문)(사진=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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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된 취두는 높이 103cm, 최대너비 83cm크기로 눈을 부릅뜨고 입을 크게 벌린 커다란 용의 머리 위에, 작은 용 한 마리와 나선형의 음각선(오목새김한 선)이 표현돼 있다. 용의 얼굴은 입체적이고 사실적이면서도 위엄이 있으며, 움직임에 생동감이 넘치고 비늘이나 갈기, 주름의 표현 역시 정교하다.
장수상은 높이 30cm, 최대너비 22cm로 몸에 갑옷을 두르고 좌대(기물을 받혀 얹어놓은 대)에 앉아서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린 모습이다. 인물의 움직임에 생동감이 있으며 갑옷 비늘 역시 섬세하게 표현됐다. 경복궁이나 회암사지에서 출토된 조선 전기의 장수상과 형태, 문양 표현 방식 등이 같은 모습이다.
연구소 측은 이처럼 뛰어난 기술로 만든 왕실 전용의 장식기와가 태안 앞바다에서 나온 이유를 서울 지역에서 제작된 장식기와를 삼남(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의 세 지방) 지역의 왕실 관련 건물에 사용하기 위해 운반하던 중 태안 해역에서 침몰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청포대 해수욕장 갯벌에서 발굴된 취두와 장수상은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국민에게 8월 31일부터 9월 5일까지 공개할 예정이다. 관련 영상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유튜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