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트립in 심보배 기자] 평창송어축제로 북적이는 평창 오대천에 위치한 유럽풍 저택 ‘엘림커피’ 전문점을 다녀왔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좋은 원두를 만났을 때 희열을 느낀다는 커피 장인 평창 ‘엘림커피’ 김대래 대표의 말처럼 나 또한 커피 탐방을 하면서 커피 맛과 진솔한 사람들을 알아가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 모든 생명체는 정체되지 않고 꿈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한 길을 가더라도 그 안에서 새로움을 찾고 발전시키며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도전하는 것만큼 귀한 것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오늘이다.
엘림커피 김대래 대표는 2013년 강원도에서 최초로 유럽 바리스타 및 로스트 심사관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국제바리스타 (AST=Athorised Specialty coffee Trainer) 심사관으로 활동 중이며, 아시아 스페셜티 커피협회 심사관, 골든 커피 어워드 입상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였다. 평창 엘림 커피는 개인카페로 본관과 신관, 교육장, 로스팅 공간으로 체계적인 시스템과 규모를 갖추고 있다. 스페셜 커피는 물론 다양한 커피를 갖춰 커피 전문가들도 즐겨 찾는 평창을 대표하는 커피 전문점으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커피 이외에도 건강한 천연효모 발효 빵을 제공한다.
커피를 좋아해 맛있는 카페를 찾아다니며 지금의 아내와 함께 데이트를 즐겼다. 그 당시 용인에서 컴퓨터 분야 일을 했는데 그만두고 카페 창업을 결심했다. 둘은 바다가 잘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예쁜 카페를 시작하고 싶었다. 동해안 일대를 다니며 카페 자리를 알아보았다. 수많은 답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선택한 곳이 양양 낙산사였다. 2003년에 테이크 아웃 카페를 오픈했다.
그 시기 서울에는 커피 문화가 있었지만, 주변에는 원두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는 거의 없었다. 커피 믹스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원두커피를 판매하는 것은 낯선 도전이었지만, 결과는 좋았다. 점차 입소문이 나 카페도 잘 되었다. 생소한 카푸치노, 커피 모카를 선보이며 메뉴 개발에 집중해 다양한 커피 맛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이후 여행자들에게도 알려져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낙산사 화재로 관광객들이 뜸해지고 손님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다. 화재 후 낙산사 카페를 정리하고, 커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창고에서 원두와 로스팅 공부를 하며 제2의 커피 인생에 도전하게 되었다.
그때 바리스타 자격증이 처음 생겼지만, 자격증보다는 실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몸으로 부딪치며 커피를 파고들었다. 원두를 시작으로 커피 기계를 만들어 보고, 다양한 로스팅 방법을 시도하며 신기하고 오묘한 커피 맛에 힘든 시간도 성취감으로 해소되었다. 이후 지금의 엘림 커피를 평창에 오픈하게 되었다.
평창은 고향이다.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 동안 좋아하는 카페를 운영하기에 이곳만 한 곳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 자리를 매입하면서 카페를 오픈하고 알려지기까지 힘든 시기도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커피를 좋아하는지. 사람은 가장 극한 상황이 닥쳤을 때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알 수 있다는 것을. 손님이 없는 날에는 커피 공부를 더욱 열심히 했다. 이런 노력은 커피가 맛있는 집으로 입소문이 나 먼 거리를 달려 이곳 평창까지 커피를 마시러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단연 매출도 상승곡선을 달렸다.
엘림커피 슬로건이 있다면?
카페는 서비스 업종이다. ‘고객을 만족하게 하라’ 이것이 엘림커피의 슬로건이다. 불편하더라도 고객이 요구하는 일은 다 하자. 주변 사람들이 노인공경카페라고 할 정도다. 흔히 커피를 주문하면 벨이 나가는데 어르신이나 아기 엄마가 있는 손님은 벨을 드리지 않는다. 정말 바쁜 시간을 제외하고 직접 테이블까지 가져다 드린다. 커피를 대하는 자세도 다르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고객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고객이 원하는 커피를 만들어 주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카페에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면서 가끔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커피가 맛있으면 된다고만 생각했는데 시대가 그런 사람을 원한다면 나 역시 흐름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을 바꿨다. 2010년부터 국내는 물론 국외 자격증까지 20여 개 대회나 기관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커피 공부의 달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열심히 파고들었고, 그로 인해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엘림커피도 더욱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다.
하루 일과는 어떡해 되나요?
커피로 시작해 커피로 끝나는 일상을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카페를 오픈한다. 한 달에 1톤 정도의 커피를 납품하기 때문에 매일 커피를 볶는 일부터 시작한다. 로스팅 공간은 행복한 공간이지만 가장 건강에 안 좋은 곳이기도 하다. 로스팅할 때 발생하는 LPG 가스가 이산화탄소로 바뀌어 메스거움, 구토 증상, 머리가 어지러울 때도 있다. 그래서 1시간에 40봉지를 만들 수 있는 큰 기계를 사용하고 최대한 짧은 시간에 빨리 볶고 그 공간을 벗어난다. 1시간을 볶으면 기운이 다 빠져 1시간 이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야만 회복된다. 그럼에도 나는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나에게 영감을 주신 분들이 많다. 오픈 초기 일요일은 교회를 가서 카페 문을 열지 않았다. 혹시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더치 커피를 내려 놓기 시작했다. 교회를 다녀와 보면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분도 계셨고 감사의 메시지를 남기고 가신 분도 많았다. 외진 곳까지 방문해 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면서 미안함을 조금 덜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 늘어나는 손님을 더 이상 이 방법으로는 해소가 되지 않아 휴일에도 카페를 오픈하게 되었다. 지금처럼 쉬는 날이 없는 카페가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엘림커피는 그때 이미지가 좋아져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이 찾는 정 많은 시골카페로 자리잡게 된 것 같다.
로스팅의 차별화 맛의 차별화는 자부한다. 국내 들어오는 모든 원두를 테스트해 본다. 까다로운 선별 과정을 거친 후 좋은 원두를 사용한다. 엘림커피는 로스팅에서 쓴맛을 완전히 제거하는 약배전이 원칙이다. 로스팅 후 빨리 내리는 것이 기술인데 드립에서도 차별화가 확실하다. 우리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는 취향에 따라 에스프레소나 핸드드립 등 다양한 방법으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또 하나 스페셜티 원두와 지역 특산물인 메밀을 섞어 메밀 향 나는 메미리카노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특유의 메밀 향과 구수한 커피 맛은 커피를 연하게 즐기는 분들이 즐겨 찾는다. 드림팩을 만들어 판매량도 높은 편이다. 그 외 세계3대 커피 예멘 모카 마타리,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언 코나는 물론 게이사, 아리차 등 고급커피와 흔히 접할 수 없는 커피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엘림커피의 시그니처 메뉴는 에티오피아 아리차다. 좋은 원두는 과일 향이 나는데 이번에 만난 아리차가 딱 그랬다. 최종 로스팅 후 아리차 맛을 보는데 내가 찾던 그 맛이라 정말 행복했다. 마치 보물을 찾은 기분 이랄까. 그날 거래처에서 아리차 전량을 모두 구매했다. 시그니처 메뉴는 주기적으로 바뀐다. 좋은 커피를 찾는 일은 많은 시간과 테스트 비용도 들지만, 그 만큼 중요하다. 좋은 커피는 국내 수입처를 통해 구입하기도 하지만, 현지 농장을 직접 방문해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질 좋은 커피 품종은 농장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다음 시그니처 메뉴도 기대해도 좋다.
카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막연히 좋아해서 시작하는 것은 금물이다. 실제 경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양한 상황이 닥쳤을 때 자신과의 무수한 싸움에서 이기는 자만이 좌절하지 않고 한 길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좋아하면 매출이 0원이 되더라도, 손님이 없더라도 할 수 있는 강인한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을 헤쳐나갈 자신이 있다면 도전하라. 커피는 정말 매력적인 일이다.
엘림커피는 자체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 후 매장을 오픈 하더라도 가맹비를 받지 않는다. 엘림커피 상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좋은 원두를 공급해준다. 이곳 원두를 사용하는 곳은 50여 곳이 넘고, 수료한 사람 중 8년 이상 카페를 운영하는 이도 많다.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동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주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 좋은 아이템은 공유하기도 하고, 특별한 경우 파견업무를 지원하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마음으로 먼저 다가가려 한다.
평창은 본점이고, 서울 신대방사거리에 엘림 커피를 오픈해 직영점을 영업중이다. 사이폰이나 핸드드립을 선택해 메미리카를 먹을 수 있어 커피 전문점으로써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고 있다. 엘림커피의 원두를 사용하는 가맹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전국적으로 원주, 속초, 동해, 알펜시아, 평창, 신대방, 횡계, 인터콘티네탈 호텔 등이다. 2월에는 세부에 엘림커피를 오픈한다. 이미 세팅이 완료된 상태다. 외국은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되지만, 외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 커피를 공급할 계획이다. 평창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 대를 이어 한 자리에서 전통을 이어가며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시골 카페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
어둠을 밝히는 작은 빛은 등대 같은 역할을 한다. 무수히 많은 카페 창업자에게 희망의 빛을 밝혀 주는 등대기지 시골카페. 가장 강한 경쟁력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