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구찌 '굴욕'…中 부진 장기화에 주가·투자의견 줄하향

양지윤 기자I 2024.09.24 16:47:51

BofA, 루이비통·구찌 모기업 투자의견 '중립' 하향
휴고보스, 사실상 '매도' 의견…버버리 목표가 30%↓
中 수요 둔화 장기화…올해 명품기업 매출 역성장 전망
중국-EU, 통상 마찰, 명품 기업에 복병될 수도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유럽 명품 기업들이 중국의 경제 둔화로 ‘굴욕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계 최대 수요처인 중국에서 명품 수요 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이 줄줄이 하향조정되고 있어서다.

(사진=AFP)
23일(현지시간)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모기업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구찌의 모회사 케링 그룹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독일 명품 브랜드 휴고보스에 대해선 투자의견을 언더퍼폼(시장수익률 하회)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도 낮췄다.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낸 것이나 다름없다. 영국 버버리의 목표주가도 30% 이상 깎는 등 유럽 명품 기업에 대한 눈높이를 대폭 낮췄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휴고보스는 장중 6%대 급락하며 상장 후 최악의 날을 보냈다. 버버리도 4%대 하락한 것을 비롯해 LVMH와 케링그룹도 장중 한때 2%대 안팎 떨어지는 등 약세를 보였다. 명품업계 섹터의 상위 종목을 추종하는 지수인 유로스톡스50의 유럽 럭셔리10은 연초 대비 3.82% 하락했다.

유럽 명품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냉각된 건 세계 최대 명품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의 수요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BofA는 “2022년 코로나19 이후 소비가 정점을 찍은 이후 럭셔리 부문 매출은 순차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면서 “미국 소비자가 가장 먼저 정상화했고, 이어 한국·유럽·일본 소비자가 그 뒤를 이었으며 명품 시장을 지지했던 중국 소비자들도 사라지는 등 모든 국가의 소비자들이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명품 수요를 주도했던 고소득층이 지갑을 닫으면서 중국 내수, 여행 수요가 모두 악화일로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그 여파로 유럽 명품 기업들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1% 감소할 것으로 BofA는 전망했다.

유럽 금융사 케플러 슈브뢰도 유럽 명품 기업들의 사업 전망을 어둡게 봤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가 소비심리를 억누르고 있는 데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유럽 경제의 취약성 등의 요인으로 명품 수요와 투심이 살아나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존 콕스는 케플러 슈브뢰도 유럽 소비자 주식 책임자는 “명품 산업은 이미 몇 분기 동안 하락세를 보여왔으며 장기적인 약세를 보일 수 있다”며 “하반기에 상황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의견이 많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국과 유럽연합(EU) 간 통상 마찰로 유럽 명품기업들도 영향권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금융서비스기업 하그리브스 랜즈다운의 수잔나 스트리터 애널리스트는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를 제안하면서 유명 브랜드에 대한 보복 조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중국 패셔니스타들이 선호하는 최신 핸드백과 패션 액세서리 등이 타깃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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