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들은 혁신금융 지정에 동의하면서도 빅테크에 예금 중개 길을 터 주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A 위원은 당시 회의에서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와 은행이 제휴하는 경우는 있지만 빅테크에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페이머니 통장 서비스는) 빅테크가 하나은행에 대해 ‘예금 중개’를 하는 결과를 갖게 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단기적으로 수시입출금예금이 하나은행으로 몰려 수신고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하나은행이 빅테크에 예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했다.
현재 예금 중개 서비스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다. ‘제판(제조-판매) 분리’, 즉 금융상품 제조사(금융회사)가 판매사(빅테크 등)에 예속되면 예금 중개 수수료의 무분별한 상승, 은행 간 수신금리 과당경쟁 등으로 이어져 시장 혼란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조달비용이 올라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A 위원은 “(페이머니 통장 서비스) 제휴 계좌수를 50만개로 제한했지만 이용자들이 이를 늘려 달라고 할 경우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며 “빅테크에 (예금 중개) 길을 터 주는 것이 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제도 운영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회의 안건으로 오르진 않았지만 빅테크의 소액후불결제(BNPL) 서비스에 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B 위원은 “전자금융업법이 개정되면 (빅테크) 후불결제 수단이 들어오게 된다”며 “빅테크가 금융 쪽을 지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이와 관련한 기준 마련이나 제도적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발언은 페이머니 통장 서비스에 대한 의견으로 내놓은 답변이었다.
BNPL은 소액(30만원)의 신용 한도를 부여해 향후에 결제하도록 한 서비스다. 여신전문금융업 라이선스가 없으면 고객 ‘신용’을 기반으로 한 신용카드(후불) 결제 업무를 할 수 없다. 고객의 신용위험 평가, 한도 관리, 건전성 유지 등의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탓이다. 대신 소액의 한도를 부여해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해 주요 빅테크들이 서비스를 내놨다.
한 금융위원은 “빅테크와 은행이 연결되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더 생각해서, 혁신서비스로 지정하더라도 (서비스) 운영을 모니터링하고 정책 방향에 대한 신호도 빨리 주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