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법원에 따르면 송승용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양 전 원장 등을 상대로 3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오는 6월 23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소송이 제기됐지만 피고들의 답변서가 올해가 돼서야 접수되며 변론준비기일이 소송 제기 5개월여 만인 지난주 열렸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송 부장판사는 지난 2014년 권순일 대법관 임명 당시 “최고 엘리트 법관이 아닌 인권이나 노동, 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지닌 법조인에게 대법관의 문호를 개방하자”는 글을 법원 내부망에 올렸다.
이어 박상옥 대법관이 후보자였던 다음 해에는, 당시 박 후보자에 대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 검사로 졸속 수사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그의 후보자 거취를 두고 법원 내 설문 조사를 하자는 등의 글을 내부통신망에 작성했고, 이후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지난 2014~2017년 비위가 있는 판사들과 사법부에 비판적 의견을 낸 판사들에 대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 조치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여기에 해당 법관들의 인사 평정 순위를 낮춰 지방법원으로 전보하자는 등의 구체적인 계획까지 담았다. 실제 송 부장판사는 당시 창원지법 통영지원으로 전보됐다.
지난 23일 열린 변론준비기일에서 송 부장판사 측은 피고들의 행위가 헌법과 국제 규범을 위반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했으며, 보고서에 관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 103조는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106조는 탄핵 등이 아니면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해 법관의 신분을 보장한다.
다만 피고 측은 해당 보고서에 허위사실을 적시하지 않아 명예훼손의 요건인 공연성이나 비방 목적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 부장판사 측은 자신에 대한 내용이 작성된 보고서 등에 대한 복사·열람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 등 입장을 확인하고 송 부장판사 요청을 받아들일지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양 전 대법원장 등의 1심 재판부에 해당 문건이 제출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양 전 대법원장은 아직 해당 손배소에서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은 상태다.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에 대한 형사 소송이 한참 진행 중인 것도 이 재판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법원 내부에서는 형사 소송과 별개로 손배소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사소송은 당사자가 낸 증거만을 갖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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