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A+)는 회사채 3년 단일물 1500억원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총 175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삼척블루파워는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 대비 -40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40bp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했는데 +40bp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ESG 투자를 신경써야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금리가 탐이 나도 쉽게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없는 종목으로 통했다. 따라서 삼척블루파워는 미매각 물량을 주관사나 인수단이 가져가서 뒤에서 조용히 소화하는 종목이었다. 수요예측 참여 기관명이 드러나면 환경단체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부담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6%대 금리를 제시하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고금리 채권으로 입소문을 타자 이를 노린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수요예측에는 유진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증권사에서 리테일 부서로 다수 주문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채권시장에서 눈에 띄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 지난 14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21조3907억원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본격적인 금리 인하를 앞두고 고금리 막차를 타자는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개인 수요가 삼척블루파워같은 만년 미매각 종목도 ‘완판’시킨 것이다.
실제 올 들어서 개인 투자자들은 A급 채권도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면서 푸본현대생명 후순위채 등 그동안 미매각이 당연시 됐던 고금리 종목을 연이어 완판시키고 있다. 7~8%대 금리를 제시한 BBB급 회사채인 HL D&I 역시 전체 600억원 모집에 560억원의 주문을 받아내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척블루파워는 ‘공기업은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에 고금리까지 더해진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매물”이라면서 “작년 미매각 이후에도 기관들 사이에서 이를 뒤에서 가져가려는 움직임이 치열했는데 올해는 리테일 부서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한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