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출신 지휘자 옥사나 리니우(45)의 목소리에는 확신과 사명감으로 가득했다. 리니우는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예술은 영혼을 치유하고 정신적 혁명을 불러일으킬 힘이 있다”며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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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엔 전쟁의 참상을 알리며 평화를 촉구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2016년 자신이 창단한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함께 유럽 무대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만 13~23세 단원들로 구성된 이 악단은 젊은 음악가를 위한 교육이 주목적이었다. 그러나 전쟁 발발 이후엔 젊은 연주자들의 대피소로 그 역할이 바뀌었다.
“단원중에는 최근 새로 들어온 14살 바이올리니스트가 있어요. 키이우에서 온 이 친구에게 독일에서 지내며 좋았던 점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지난 2주간 안전한 곳에 있게 돼 좋다’고 말하더군요. 그동안 공습이 없던 날이 없었다는 이 친구는 ‘여기서 친구들을 만나 연주를 하며 연대감을 느낀 이 시간이 너무 즐거워요’라고 말했어요. 전쟁은 많은 것을 바꿔놨어요. 우리 단원중에는 전쟁으로 가족이 세상을 떠난 이도 있고, 집이 폭격된 이도 있어요. 이들에게 음악적 지원은 물론 재정적, 물질적 지원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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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쟁으로 클래식계 내부에선 러시아 음악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리니우는 이같은 생각엔 반대했다. 그는 “차이콥스키, 스트라빈스키 등 러시아 작곡가의 작품은 러시아라는 특정 나라에 속한 것이 아니라 세계가 공유하는 유산”이라며 “만약 라흐마니노프가 살아 있다면 이 전쟁을 분명히 반대했을 것이고, 푸틴에 대해서도 반대했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니우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초청을 받아 오는 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난다. 이번 공연에선 우크라이나 작곡가 예브게니 오르킨의 ‘밤의 기도’, 아람 하차투리안의 바이올린 협주곡(세르게이 하차투리안 협연),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을 지휘한다. ‘밤의 기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를 기리는 곡으로 지난 3월 리니우의 지휘로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세계 초연했다.
‘금녀의 벽’을 깨는 도전도 이어간다. 오는 11월에는 볼로냐 시립 극장과 함께 첫 일본 투어를 갖는다.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는 ‘투란도트’로 데뷔 무대를 가질 예정이다. 리니우는 “최근엔 국제 무대에서 성공한 여성 지휘자들이 많다. 한국의 여성 지휘자 김은선(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과 함께 공부한 적도 있다”며 “나 역시 여성 지휘자를 지원하는 의미에서 여성 부지휘자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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