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맞붙은 오세훈 vs 민주당 구청장…혁신형교육사업 차질 빚나

김기덕 기자I 2021.12.07 16:33:08

서울형혁신교육지구 관련 예산·개인정보 두고 갈등
구청장들 “자치구 예산으로 생색, 시비 편성해야”
서울시 “재정 분담해야…선거 앞둔 과잉 정치행위”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집권한 이후 서울시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자치구청장이 포진한 자치구의 갈등이 갈수록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에는 서울시와 시교육청, 자치구가 모두 참여하는 대표 교육협력 사업인 서울형혁신교육지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사업과 관련해 내년 예산과 운영 방식 등을 두고 양측 간 입장차가 팽팽해 향후 사업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 서울특별시구청장협의회 회장을 비롯한 구청장들이 7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의 무분별한 정보 취합과 자치구 예산 전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뉴스1 제공)
서울시구청장협의회(이하 협의회)는 7일 서울시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는 서울시에 대한 서울시구청장 일동의 입장’의 공동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날 입장문은 권한대행 체제인 종로구와 서초구를 제외한 서울시 23개 자치구 구청장 공동 명의로 발표됐다.

이 자리에서 협의회는 혁신교육지구 사업과 관련해 학생 및 학부모의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하고, 서울시가 자치구에 제안한 ‘상권회복 특별지원 상품권’ 정책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 측은 “사업에 참여한 모든 단체의 명단과 프로필, 강사의 명단과 약력, 참여 학생 명단 등을 제출하게 했다”며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민간인 사찰과 다를 바 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서울시가 상권회복 특별지원상품권과 관련해 재원으로 언급한 ‘특별조정교부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교부금은 본래 자치구 예산이다. 서울시는 분배 역할만 하고 예산은 자치구별 현안 사업 추진에 쓰여왔다. 이런 이유로 각 자치구가 최근 긴급 예산 배정을 신청했으나, 시가 이를 특별한 이유없이 묵인하고 이를 상품권 특별발행에 배정한다고 통보했다고 협의회 측은 주장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서울시가 지역 상권 살리기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자치구 예산으로 생색내기보다는 전액 시비로 편성하는 성의가 수반돼야 한다는 게 협의회 측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사진=이데일리 DB)


이 같은 협의회 측의 주장에 대해 서울시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기자회견 이후 이창근 서울시 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서울형 혁신 교육지구 사업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이미 내년도 예산안에 65억원을 배정했다”며 “자체평가를 위한 자료를 요구할 때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학부모·학생 명단에 대해서는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통보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예산 삭감 관련해서도 “시와 시 투자·출연기관의 채무는 올 9월 기준으로 무려 18조9000억원에 달하며,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21.92%에 이르러 재정 ‘주의’ 단체에 지정될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며 “시교육청은 매년 세입보다 세출이 적어 흑자 재정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자치구도 세입총액 증가 규모가 시의 2배가 달하는 만큼 상대적 여력이 있는 곳에서 예산을 더 부담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청장들이 계속해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며 ‘권위주의 행정, 군사독재 시절 민간인 사찰’ 등과 같은 과격한 언행으로 비판하는 것은 선거를 앞둔 과잉 정치행위라고 해석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시가 지난 1일 발표한 2022년 예산안에 따르면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사업 예산은 지난해 125억원에서 60억원으로 65억원이 줄었다. 이 사업은 교육청·서울시·자치구가 예산을 매칭해 지원하는 대표적인 서울시 교육 사업이다. 예산 삭감을 둘러싸고 시교육청은 교육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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