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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사는 사법연수원 기수가 높은 서울고법 부장판사들 중 기존 기수대로 고등법원장 및 고법원장급으로 보임해 안정을 도모한 것이 주된 특징이다. 일부 지방법원장에도 그간의 경력을 고려해 고법 부장이 배치됐다. 기수가 낮은 고법 부장이 배치되는 ‘기수 역전’ 현상은 없었다.
특히 상당수 지방법원장의 경우 법관 인사 이원화에 따라 지법 부장판사급에 문호를 열어 대거 법원장으로 보임됐다.
전국에서 가장 사건이 많고 중요 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오민석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법원장으로 임명했다. 이는 중앙지법의 상징성을 고려해 대법원의 핵심 축 ‘재판’ 영역에서의 실력이 검증된 무게감 있는 법관을 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법 부장판사 5명이 지방법원장에 보임된 것도 특징이다. 직전 대법원장 시기에는 고등법원과 지방법원을 분리해 인사제도를 운용해 역량 있는 고법 부장판사들이 지방법원장에 보임되는 게 불가능했다.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한시적으로 고법 부장판사들도 지방법원장으로 보임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일부 고법 부장을 지방법원장에 배치하고 그 과정에서 추천받은 적임자를 보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여타 지방법원장의 경우 지법 부장판사들이 기수와 지역 등을 고려해 배치됐다.
이번 인사에서 대법원은 조 대법원장 취임 이후 새로 마련된 법원장 보임 제도를 처음으로 실시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기 도입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법원별로 판사들이 후보자를 선출하도록 했지만, 새 제도는 소속 법원과 상관 없이 전국 단위로 의견을 수렴한 뒤 법관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적임자를 임명한다.
대법원은 아울러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이 지연되는 상황과 관련해 “상고심 재판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대법관 임명 절차가 마무리돼 신속하고 공정한 상고심 재판을 통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충실히 보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는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이 대거 고법원장으로 임명됐다. 사법연수원장은 김시철(19기), 사법정책연구원장은 이승련(20기), 대전고등법원장은 이원범(20기), 광주고등법원장은 설범식(20기), 수원고등법원장은 배준현(19기), 특허법원장은 한규현(20기) 고법 부장이 각각 맡는다.
진성철(19기) 특허법원장은 대구고등법원장으로, 박종훈(19기) 대전고등법원장은 부산고등법원장으로 이동한다.
앞서 보임된 김태업(25기) 서울서부지방법원장을 포함해 모두 18개 지방법원장이 새로 보임된 가운데, 다섯개 지방법원은 고법 부장판사가 법원장을 맡게 됐다. 이원형(20기)·정준영(20기)·김재호(21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각각 서울가정법원장·서울회생법원장·춘천지방법원장으로 임명됐다.
지역법관으로 일해온 강동명(21기) 대구고법 부장판사는 대구지방법원장으로, 김문관(23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는 부산지방법원장으로 임명됐다.
여성 판사 중에서는 4명이 법원장으로 임명됐다. 윤경아(26기) 춘천지법 수석부장이 서울남부지방법원장, 조미연(27기) 춘천지법 부장판사가 청주지방법원장, 임해지(28기) 서울중앙지법 민사2수석부장이 대구가정법원장, 김승정(27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광주가정법원장을 맡는다.
이밖에 지법 부장들 가운데 지방법원장으로 윤상도(24기) 서울북부지방법원장, 황병헌(25기) 의정부지방법원장, 박양준(27기) 부산가정법원장, 유진현(25기) 울산지방법원장, 이영훈(26기) 창원지방법원장, 장용기(24기) 광주지방법원장, 이홍권(24기) 제주지방법원장이 새로 보임됐다.
사법행정을 맡는 대법원 법원행정처 살림을 이끄는 신임 기획조정실장에는 행정처에서 민사정책심의관, 사법등기국장 등 여러 경력을 쌓은 이형근(25기) 사법지원실장이 임무를 바꿔 배치됐다. 기존 윤성식 기조실장은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이동한다.
전국 법원의 재판 업무 지원을 총괄하는 신임 사법지원실장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에 이어 공보관을 지냈고 재판과 사법행정 업무에 두루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조병구(28기) 수원지법 수석부장판사가 보임됐다.
법원행정처에 새로 설치된 국제교류추진단 단장에는 장지용(34기) 수원고법 판사가 임명됐다. 차관급 윤리감사관은 최진수(16기) 변호사가 맡는다.
오민석 중앙지법원장 후임으로 대법관들을 보좌해 상고심 사건을 검토하게 될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자리에는 고홍석(28기) 선임재판연구관이 임명됐다. 선임재판연구관으로는 정상규(29기)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가 배치됐다.
아울러 대법원은 사법연수원 29∼39기 판사 15명을 고법판사로 신규 보임했다. 고법판사는 전국 고등법원에서만 근무하는 판사로 법관인사규칙 10조에 따라 보임돼 ‘10조 판사’로도 불린다. 법관 인사 이원화 제도에 따라 도입됐다. 고법판사 1명의 지방법원 부장판사 복귀도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