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2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연관 세트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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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자산업의 강자로 군림했다. 샤프와 파나소닉, 소니 등이 대표적이며 당시 디스플레이 패널의 주력 공급처였던 일본산 TV가 특히 막강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TV 시장에서 빠르게 추격했다. 삼성과 LG는 각자의 디스플레이 계열사를 통해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만들면서 대형 LCD TV를 시장에 내놓았다. 배가 불룩한 브라운관 TV 대신 평평한 LCD TV가 소비자들 사이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었지만 파나소닉과 소니는 LCD 전환이 늦어지면서 시장에서 밀려났다. 그나마 샤프가 LCD 투자에 나섰으나 당시 삼성과 LG의 가성비를 따라잡지 못했다.
디스플레이사업을 함께 영위하던 파나소닉과 샤프는 세트가 무너지자 디스플레이사업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일본 경제산업성 주도로 만들어진 디스플레이 제조사 재팬디스플레이(JDI)도 작년까지 8년 연속 적자를 봤다. 소니와 파나소닉이 지난 2015년 함께 설립한 중대형 OLED 기업 JOLED는 끝내 재기에 실패해 지난 3월말 파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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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이 살기 위해선 미래가 유망한 새로운 세트 시장이 국내에서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게 확장현실(XR) 기기다. XR 기기는 이미 미국과 중국 등에서 적잖은 제품을 내놓았으나 국내에선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 이에 XR 기기에 탑재될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생산기반도 국내는 취약한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제조가 반도체 제작에 쓰이는 실리콘 웨이퍼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유기물이나 무기물 소자를 입히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굴지의 반도체 기업들과 본격 협력하면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분야는 외국과 비교해 밀리는 실정이지만 우리나라는 제조 인프라가 탄탄해 언제든 따라잡을 수 있다”며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일본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