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압사위험’ 아이돌 팬싸인회에 투입된 특공대…‘현실같은’ 경찰 훈련장

이소현 기자I 2023.04.06 17:58:31

다시 쓰는 ‘이태원 참사’ 반성문
경찰청, 인파관리 시범훈련 공개
압사위험 상황 가정…12개 경찰부대 투입
DJ폴리스 차량 등 각종 장비 동원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숨을 쉴 수가 없어요, 압사위험이 있어요. 살려주세요.”

서울 종로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아이돌 팬싸인회 행사. ‘T’자형 골목에 갑작스런 인파가 몰려 112신고가 빗발쳤다. 112상황실장은 지역 경찰들을 현장으로 급파하고, 시도청에 보고해 기동대와 소방 등 지원인력과 장비 지원을 요청했다. 교통경찰들은 원거리에서 차량 진입을 차단하고 차도로 밀려온 군중을 건너편 인도로 안내했다. 유체화된 군중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접근해 충돌하는 등 위험한 상황이 이어지자 지하철 관계자에게 열차 무정차 통과도 요청했다.

지휘차량에서 상황을 지켜본 경찰서장이 “군중을 뒤에서부터 떼어내고 폴리스라인(경찰통제선)으로 각 골목길 입구를 완전히 차단하라”고 지휘하자 경찰 기동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동시에 건물 옥상에서는 경찰특공대가 투입돼 인명구조에 나섰다. 의식이 있는 사람은 그물망과 줄사다리를 내려 올라왔고, 의식이 없는 사람은 완강기를 통해 끌어올렸다.

6일 서울 중구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 기동대원들이 좁은 골목에 시민들이 몰려 있는 상황을 가정해 인파관리 시범훈련을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다행히도 이건 현실 상황이 아니다. ‘이태원 참사’ 발생 160일째인 6일 경찰청이 서울 중구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 벌인 인파관리 시범훈련 모습이다.

길거리 아이돌 팬싸인회를 가정한 상황이었지만, 작년 10월29일 15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이태원 참사를 연상케 했다. 다시 쓰는 이태원 참사 반성문인 셈으로 그 당시 꼭 필요했던 인파관리와 사후대응 모습을 연출했다.

경찰특공대와 12개 경찰부대가 투입된 이번 훈련에서는 가장 위험한 상황인 ‘군중충돌’을 비롯해 ‘군중밀집’,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군중 유체화’ 상황에서 경찰의 인파관리 역량을 선뵀다. 경찰은 단계별로 군중통제를 비롯해 이동조치 등 적절한 인파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숙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경찰은 총 16점 인파관리 장비도 동원했다. 특히 일본경찰이 인파관리 때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질서를 지키도록 안내할 때 사용하는 ‘DJ폴리스’를 벤치마킹한 방송·조명차와 미국경찰이 사용하는 상승·하강이 가능한 ‘스카이와치’를 벤치마킹한 고공관측 인파관리 장비 등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인파관리 시범훈련에 일본 대사관과 일본 언론들이 직접 현장을 찾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일본인 2명을 포함해 수많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처럼 군중 밀집 사고에 대한 긴장감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6일 서울 중구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 기동대원들이 좁은 골목에 시민들이 몰려 있는 상황을 가정한 인파관리 시범훈련에서 ‘DJ폴리스’ 차량에서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경찰청은 경찰 대혁신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고심한 결과물로 앞으로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날 인파관리 시범훈련을 지켜본 조지호 경찰청 차장은 “이태원 참사 이후에 경찰의 미흡한 조치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며 “이번 인파관리 시범훈련은 끝이 아니고 시작으로 보완할 점이 있다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인파관리 매뉴얼 자문위원으로 참여 중인 김연수 동국대 융합보안학과 교수도 “사후약방문 형태의 훈련이지만, 정부기관 중 경찰이 처음으로 인파안전관리 모습을 선보인 것”이라며 “매뉴얼에 충실한 훈련 상황으로 실제는 다를 수 있기에 인파관리 훈련 자체는 출밤점이지 종착점이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사후대응 훈련에 그치지 않고 예방적 관점에서 인파관리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우 숭실대학교 안전융합대학원 교수는 “재난안전학관점에서 다양한 재난 요소를 예방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만약 인파가 몰리게 되면 지휘관의 빠른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위험을 인지하고 2차적 위험이 없는 곳으로 분산시키는 것도 과제”라고 제언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