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소득에 관계없이 가입할 수 있는 신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도입하겠다.”
19대 대통령 선거일 직전인 5월 8일,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 캠프에선 가정주부, 청년, 은퇴자 등 소득이 없는 경우에도 ISA에 가입토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석 달 뒤 이러한 공약은 실현되지 못했다. ISA 세제혜택은 가입 대상자 확대 대신 중도인출 허용과 비과세 한도 금액 확대에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중도인출로 ISA 가입자 수 늘어날까
기획재정부는 ISA에 중도인출을 허용하고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담긴 2017년 세법 개정안을 2일 발표했다. 입법예고, 차관 및 국무회의를 거쳐 내달 1일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ISA는 총급여 5000만원 및 종합소득금액 3500만원 이하를 기준으로 서민형과 일반형으로 나뉘는데 서민형은 3년간, 일반형은 5년간 가입을 유지해야 각각 250만원, 200만원 한도(3년 또는 5년간)내에서 비과세 혜택(초과시 9% 분리과세)을 받는다. 개정안에 따르면 비과세 한도 금액이 각각 500만원, 300만원으로 확대된다. 농어민의 경우 종전엔 일반형으로 분류됐으나 서민형으로 분류돼 세제혜택이 더 늘어난다. 또 3년 또는 5년간 특별한 제한 없이 납입한 원금(이자는 인출 불가)에 한해 중도 인출이 가능해진다. 종전엔 퇴직이나 폐업한 경우 등에 한해서만 중도인출이 가능했단 점을 고려하면 가입자의 편의가 증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3년이나 5년간 자금이 묶이는 것 때문에 ISA에 가입하기 부담스러운 투자자들한테는 중도인출 허용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소득 제한 없는 가입자 확대’가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아쉽단 반응이 많다. ISA가입 대상자는 소득이 있는 근로 및 사업소득자, 농어민으로 한정된다. ISA 가입자 수는 6월말 현재 223만7242명으로 7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어 2단계 추가 대책 없이는 ISA 가입자 수를 늘리기 어렵단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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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年 6% 수익률에 비하면 비과세 한도 낮아
그나마 가입자 수 감소에도 총 투자액은 3조9193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계좌당 평균 가입금액도 175만원으로 높아졌다. 최근 들어 ISA(일임형 기준) 수익률이 상승하고 있단 점을 감안할 때 비과세 한도 확대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투협회에 따르면 25개사 204개 ISA 일임형 상품의 출시 이후 수익률은 5.9%(6월말)를 기록했다. 최근 1년 수익률도 6.2%에 달한다.
그러나 연간 납입금액 한도액을 꽉 채워 ISA에 넣고 비과세 한도 내에서 세제혜택을 받으려면 연간 수익률이 4%이내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수익률 대비 비과세 한도액이 너무 적단 지적이다. 예컨대 서민형 ISA 가입자는 3년간 연간 납입한도 금액인 2000만원까지 불입하고 연간 4%씩의 수익률을 얻었다면 총 493만원의 수익금을 얻게 돼 한도액인 500만원을 거의 채우게 된다. 연 6%의 수익률을 적용하게 되면 한도액을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금투협회 또 다른 관계자는 “서민형 가입자는 전액을, 일반형은 400만원으로 비과세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보단 낮은 수준에서 비과세 한도액이 확대됐다”면서도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그나마 9.9% 분리과세(지방소득세 포함)가 적용되니 투자자에게 큰 제약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