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취임 1개월을 맞아 비대면으로 기자들을 만난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증시 고공행진 상황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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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코스피는 3208.99로 장을 마감해 종가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1.97% 오른 999.30에 장을 마쳤다. 2000년 9월 14일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여년 만에 나온 최고가다. 손병두 이사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수출이 잘 됐고 국내기업의 실적개선 등 우리 증시의 펀더멘털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반영된 결과”라며 “특히 개인투자자의 역할이 중요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 증시 거품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손 이사장은 “경기부양책 등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주가 흐름이 양호했다”면서도 “코로나로 촉발된 증시환경 및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적정 수준을 판단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버블연구는 상황 지나고 나서 사후에 판단해야 한다”며 “언제든지 외부충격으로 인한 시장 변동성이 있을 수 있다. 투자자가 충분한 준비와 학습 통해 투자결정을 내릴 필요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건전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이제는 시장의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할 시점이라고 봤다. 손 이사장은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통해 아직 남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결해야 한다”며 “ESG(환경보호 Environment·사회공헌 Social·윤리경영 Governance), SRI(사회적책임) 투자 등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시장 환경을 마련해 기관, 외국인 등 안정적 수요기반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지난해 11월 ESG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ESG투자확대 및 정보공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거래소는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의무공시를 현재 자산총액 2조원 이상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6년까지 모든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에 확대할 계획이다.
손 이사장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경우 단계적 공시 의무화를 추진해 2030년까지 모든 유가증권 상장기업에 적용할 예정”이라며 “ESG 정보공개 필요성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국내외 ESG 정보를 집중한 ESG 정보 포털을 구축하고 상장기업 대상 ESG 교육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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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이사장은 “그동안 환경 중에서도 탄소배출 중심으로 봤는데, 앞으로는 기후변화에 주목해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저탄소 솔루션 기업에 주목하는 지수를 개발할까 싶다”며 “여기에 ESG 중 ‘S’ 부분이 애매하다는 얘기가 많아 성평등 관련지수인 위민(woman)지수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거래소는 독일 유렉스(Eurex)와 코스피200선물 및 미국달러선물의 유렉스 상장을 통한 파생 야간시장 개설을 추진 중이다. 그는 “코스피200선물 및 미국달러선물 모두 올해 3월 상장계획”이라며 “기존 코스피200옵션, 미니코스피200선물 뿐만 아니라 코스피200선물 및 미국달러선물 거래까지 모두 유렉스 시장으로 일원화되면 투자자들의 거래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야간거래 투자자의 불편해소를 위하여 자체 야간 파생상품시장 개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대체거래소 환영 감사원 감사 반대
현재 한국금융투자협회 등 복수의 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체거래소(ATS)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꿨다. 손 이사장은 “그동안 거래소가 계속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럴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ATS 설립 움직임이 있는데 이는 거래 플랫폼 간 건전한 경쟁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어 “ATS가 설립되면 시장 감시와 청산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거래소의 감사원 감사 대상 포함 여부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했다. 손 이사장은 “해외에서도 민간기관인 거래소를 감사 대상으로 선정한 사례가 없다”며 “자율성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금감원 검사만으로도 충분히 투자자를 위한 공적 규제 강화 취지가 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83분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미리 받은 질문 외에 현장에서 문자 등을 통해 받은 질문에도 막힘 없이 답변해 나갔다. 비트코인 관련 파생상품 개발 계획에 대해 그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가상자산이 제도권 자산으로 편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파생 상품 기초자산으로 고려하는 것은 아직 어렵다는 것이다. 손 이사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이에 대해서는 판단을 신중하게 하고 있다”며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 입장 변화를 주시하며 발맞춰 나가겠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 국가·사회적으로 엄중한 시기인 동시에 우리 자본시장에 있어 중대한 변곡점”이라며 “자본시장이 건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경제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