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용어 없이 '삼성생명법' 설명 드립니다

한승구 기자I 2022.12.21 17:26:00

삼성생명법 정리
주가폭락 vs 지배구조 개선
법안소위 상정...본격 절차 돌입

[이데일리 한승구 인턴 기자] 지난 20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상대로 ‘삼성생명법’을 주제로 1대1 공개 토론을 제안했습니다. 삼성생명법은 ‘개미약탈법’, ‘삼성해체법’ 등으로 불리며 정치권에서도 논란인데요. 대체 삼성생명법은 무엇이고 왜 논란이 됐는지 스냅타임에서 경제용어 없이 ‘삼성생명법’ 설명해 드립니다.

(출처: 연합뉴스)




삼성생명법은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채권등의 자산을 처음에 산 가격(취득원가)이 아닌 시가로 평가하도록 하는 법안입니다. 기존 보험업법을 보완하고자 만들어진 법안으로 원래 이름은 ‘보험업법 개정안’인데요. 삼성생명이 이 법안에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삼성생명법이라 불리게 됐습니다



‘삼성생명법’이라 불리는 이유
현재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특정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 이상 보유하는 것을 금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보험사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주식 투자할 때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하잖아요? 보험사의 자산 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험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보험사가 특정 계열사에 자본이 쏠리면 그만큼 위험성도 증가하겠죠. 다양한 돈줄을 만들어서 한 곳이 끊겨도 위험하지 않게 특정 계열사 주식을 과도하게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그런데 기존의 규제가 보험사에게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게 됩니다. 보유 자산을 시가로 평가하는 증권사와 달리 보험사는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라 보유 자산을 ‘처음 산 가격’으로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보험사는 특정 계열사의 주식을 총자산의 3% 이상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인데요. 바로 삼성생명이 대표적 예시입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입니다. 삼성전자의 주식을 매입한 1980년, 한 주당 가격은 1072원. 당시 매입한 주식량은 5400억원 정도입니다.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지난 3분기 기준 314조원인데요. 이를 토대로 ‘처음 산 가격/총자산’을 계산해보면 삼성전자 주식은 총자산의 약 0.17%가 나옵니다. 기존 3% 규제 한도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삼성생명법에 따라 지금 시장가에 맞춰 계산하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현재 삼성전자 주식 가격은 6만원 내외입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지금 가격에 맞춰 계산하면 약 31조원인데요. 이는 삼성생명의 총자산 대비 9% 정도입니다. 기존 규제한도인 3%를 한참 웃도는 수치죠.

삼성생명이 3% 기준에 맞추기 위해 20조원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개미약탈법?’,‘삼성해체법?’...삼성생명법 찬반 논란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법안을 만들었지만 대량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해야 하는 탓에 반발하는 여론도 적지 않습니다. 2014년 처음 발의된 법안이지만 논란이 될 때마다 번번이 무산됐는데요.

법안에 반대하는 측은 대규모 삼성전자 주식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큰 혼란을 겪을 것이란 의견입니다. 엄청난 양의 삼성전자 주식이 시장에 풀리면 주식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거기에 삼성 계열사를 여러 개로 나누는 등 대량 매각과 관련해 증권가에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지만 그 자체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의견입니다.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하면 서 소액 주주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 전망합니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으로 자산을 운용해야 할 보험업에서 시시각각 주가를 반영하면 경영 안전성을 해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도 예상되는데요. 이재용 회장은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권을 통해 삼성전자를 경영해 왔는데요. 삼성생명 하고 삼성전자에 고리가 끊기면 지배 구조가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동시에 시장에 대량으로 나온 삼성전자 주식이 외국 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일명 삼성전자 회장 저격이라 평가받는 이유죠.

물론 수 조원가량의 주식이 한 번에 시장에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삼성생명법은 주식 초과본에 5년에 걸친 유예기간을 두었습니다. 금융위원장의 허락을 받으면 거기서 2년 더 연장가능한데요. 법안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 점을 근거로 시장에 불확실성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 전망합니다. 삼성그룹 총수 일가·계열사 등에서 시장에 풀린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일 것이라 예측합니다.

또한 지배구조 역시 개선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기존에는 산업자본(삼성전자)이 부실해지면 금융자본(삼성생명)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있었는데요. 이 구조를 끊어냄을 통해 위험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소유지배 구조를 단순화해 산업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는 말합니다.

본회의 사진 (출처: 연합뉴스)




법안소위 상정...본격 절차 돌입
현재 삼성생명법은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되어 논의 중입니다. 지난 19대, 20대 국회에서는 임기만료로 폐기됐었는데요. 정무위 법안소위까지 상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등의 일정만을 남겨두면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본회의로 넘어간다면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했기 때문에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생명법의 3번째 법안 발의. 이번에는 통과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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