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이 살아나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증시에 데뷔한 기업에 대한 관심이 최근들어 크게 늘었다. 특히 정보기술(IT) 상장 기업들에 투자자들이 자금을 붓고 있다.
◇다시 주목받는 IT 주
시장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9월 중순 이후 상장한 IT 기업 8개의 첫 거래일 평균 주가 상승폭은 50%에 육박한다. 올해 전체로보면 IT 분야 상장 기업의 첫 거래일 평균 주가 상승 폭은 32%였다. 지난 2000년 이후 첫 거래일 상승폭으로는 최대다.
지난 9월29일 상장한 데이터저장 기업 `누타닉스` 는 거래 첫날 주가가 2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일주일 후 상장한 소프트웨어 회사 `쿱파 소프트웨어`는 상장 당일 주가가 85% 상승했다. 맷 머피 벤처캐피탈회사 메늘로 벤처 매니징 디렉터는 “최근 IT 기업들의 상장 성공이 다른 IT 기업들이 기업공개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올들어 미국 IPO 시장은 죽을 쓰고 있었다. 94개 기업이 상장하는데 그쳤으며 들어온 자금도 184억달러(약 20조8398억원)에 불과하다.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상장 기업이 조달한 자금 가운데 가장 규모가 적다.
전문가들은 이미 다른 증시 종목들이 올들어 크게 올라 있어 투자자들의 신주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적었으며 연말 대선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도 신규 투자에 대해 조심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IT업체들에 대한 벤처투자자들의 대규모 투자가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끌어올려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게 만든 측면도 있다고 했다. IT업체들도 결국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보이자 상장을 미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7년 IPO시장 반등 기대
그러나 최근들어 변화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9월 중순부터 IT 기업 상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올들어 상장한 IT기업은 20개에 그친다. 지난 5년간 평균 36개 기업이 상장한 것과 비교하면 적다. 그러나 오히려 IT 기업 상장이 적자 수요 대비 공급 감소로 상장된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IT 기업이 증시에서 선전하면서 상장을 준비하는 IT기업들도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그레그 우다드 매닝&내피어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저금리 시대 수익률이 목마른 상황에서 성장 가능성과 수익률이 예상되는 기업이 있으면 투자자들이 몰려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기대치를 낮춘 가격 책정도 투자 매력을 높였다. 도이체방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IT 기업들의 평균 주가매출비율(PSR)은 3배로 작년 3.6배, 재작년 4.9배보다 낮았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내년 IPO 시장이 반등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우선 소셜미디어업체 스냅챗의 모회사 스냅이 내년 봄 약 250억달러의 대규모 자금 조달을 목표로 IPO를 진행한다. 만약 스냅이 IPO에 성공하면 다른 IT 기업들 역시 IPO에 뛰어들도록 만드는 자극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