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전 세계 전력 수요 급증에…석탄 인기 최고조

이소현 기자I 2025.02.10 15:59:05

작년 석탄 발전 용량 2175GW…사상 최고치
"유럽·미국 소비 줄었지만 아시아 수요 증가"
중국 전력 부족 대비해 석탄 비축 확대 중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석탄 발전소 건설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통해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에도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오히려 석탄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하노이의 석탄 항구에서 노동자들이 석탄에서 자갈을 골라내고 있다. (사진=로이터)
9일(현지시간) CNBC는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가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작년 전 세계 석탄 발전 용량은 2175 기가와트(GW)에 도달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의 도로시 메이 프로젝트 매니저는 “유럽과 미국에서는 석탄 소비가 크게 감소했지만, 아시아 지역의 수요 증가로 인해 석탄 사용을 줄이는 글로벌 전환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어떤 것도 석탄을 파괴할 수 없다. 날씨도, 폭탄도 불가능하다”며 석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작년 전 세계 석탄 수요가 87억 7000만톤(t)을 넘어서며 또 다른 기록을 세웠으며, 2027년까지 이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석탄 수요 증가세는 아시아 국가들이 이끌고 있는데 중국이 단연 선두다. 중국은 작년 석탄 수입량이 전년 대비 14.4% 증가한 5억4270만t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IEA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 기준 전 세계 석탄 소비의 56% 이상을 차지하며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정부는 이상 기후로 인한 전력 부족에 대비해 석탄 비축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석탄 수요 증가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에너지 싱크탱크인 엠버 에너지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중국 전력 공급의 약 30%는 수력,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차지했지만, 가뭄으로 인해 수력 발전량이 감소하면 정부는 에너지 안보를 위해 다시 석탄 발전을 활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 내 태양광과 풍력 발전 인프라는 빠르게 확장되고 있지만, 이를 전국적으로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전력망 구축이 미흡한 점도 석탄 의존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인도에선 극한 폭염으로 인해 냉방 에너지 수요가 폭증하면서 석탄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인도는 경제와 인프라 개발을 위해 시멘트와 철강 산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들 산업은 석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시장 조사 기관 크리실에 따르면 올해 인도의 철강 수요는 8~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중국과 인도 외에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석탄 발전소 건설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작년 석탄 수입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대만을 제치고 세계 5위 석탄 수입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인도네시아의 에너지광물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석탄 생산량이 8억3100만t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필리핀에서는 2023년 석탄 발전 비중이 중국을 넘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엠버 에너지의 데이브 존스 전력 분석가는 “석탄이 저렴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석탄 값이 싸기에 기업이나 정부 입장에서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굳이 비용을 들여 최신 기술을 도입하거나 설비를 개선해서 재생에너지나 에너지 절약 기술로의 전환이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한 천연가스 가격도 아시아 지역의 석탄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스트리스 어드바이저리의 이안 로퍼 원자재 전략가는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주요 석탄 수입국들은 천연가스 가격 상승 이후 가스 발전소 건설 계획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인해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석탄 수요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2030년까지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는 2022년 17GW에서 35GW 이상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터스 캐피털의 롭 서멜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전 세계 경제가 성장하려면 효율적이고 비용 효과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벨리 펀드의 팀 윈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AI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AI 데이터 센터는 엄청난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석탄과 같은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의 조기 퇴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전력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석탄 수요가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나인포인트 파트너스의 에릭 너탈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석유, 천연가스, 석탄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는 에너지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제한하고, 나아가 1.5℃ 이하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순 배출량을 ‘넷 제로(Net Zero)’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목표 달성이 쉽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트리스 어드바이저리의 이안 로퍼 원자재 전략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증가가 일부 국가에서 석탄 수입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유럽과 동북아시아에서 석탄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엠버 에너지의 데이브 존스 전력 분석가는 “각국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3배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한다면 이번 10년 내 석탄 소비가 의미 있는 감소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Not Authoriz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