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먹이주기 행사 논란…'AI 확산방지' Vs '한가한 전시행정'

박진환 기자I 2017.01.04 16:23:03

환경부·서산시, 3일 천수만서 ‘철새 먹이 주기’ 행사 개최
농민들 “AI 확산으로 힘든 시국에 철새 먹이줄 때냐" 불만
환경부 “철새들 먹이없으면 이동 잦아.. 오히려 AI 확산"
전문가 등도 "철새가 AI 원인이라는 것도 명확치 않아"

[서산=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청정지역을 고수해 온 충남 서산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 비상이 걸린 가운데 환경부와 서산시가 철새 먹이주기 사업을 확대 시행하면서 양계농가들을 중심으로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와 가축전염병 관련 전문가들은 “철새가 AI의 주범으로 오해를 받으면서 때아닌 수난을 겪고 있다”면서 “먹이가 없어진 철새가 무리로 원거리 이동할 경우 AI가 오히려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 구역에서 먹이를 공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양계농가에서는 “이미 철새에서 저병원성은 물론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만큼 철새에 대한 먹이주기는 중단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철새 먹이주기 사업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먹이주기 사업이 AI 확산 방지에 더 효율적

4일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서산시 등에 따르면 3일 전국적인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서산 천수만에서는 환경부와 충남 서산시가 철새 먹이주기가 진행됐다.

그간 매년 겨울철에 이곳을 찾는 철새를 위해 서산시는 지방비를 투입해 연간 20여t의 먹이를 공급해 왔다.

특히 올해에는 AI 확산을 막기 위한 일환으로 환경부 등으로부터 국비를 지원받아 65여t의 철새 먹이를 공급하고 있다.

철새 먹이주기를 주관한 서산버드랜드 관계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으로부터 ‘먹이가 부족하면 철새가 계속 이동할 수 있고, 이로 인해 AI가 확산될 소지가 있는 만큼 철새 도래지 등 특정구역에서 철새 먹이주기 사업을 계속 진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면서 “그간 소규모로 진행됐던 철새 먹이주기 사업이 국비지원을 받아 올해부터 큰 규모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막상 철새 먹이주기 사업을 해보니 효과가 좋았고, 이런 부분에 대해 환경부도 긍정적으로 판단해 올해부터 국비지원을 받게 됐다”며 “3일 조경규 환경부 장관의 현장점검에서는 이날 AI 발생 소식을 듣고, 당초 3t에서 축소된 1t만 먹이를 배포하고, 바로 철수했다”고 해명했다.

서산시 관계자도 “정부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철새와 관련 있을 수 있지만 국내 전파는 차량이나 사람에 의한 수평전파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철새 먹이주기 사업은 양계농가와 최대한 멀리 떨어진 특정 구역에서 한정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이 사업이 AI 확산을 오히려 막는데 효과적”이라고 역설했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철새가 AI의 주범이라는 것은 소설에 가깝다”며 “AI의 정확한 역학조사는 변형 유전자 분석 등 보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 “철새에 먹이까지 줘야하냐” 불만

3일 서산시 인지면의 한 농가에서 사육 중인 닭 11마리 중 5마리가 폐사해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2마리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관리지역(500m) 내 3개 농가에서 키우는 닭과 오리 등 가금류 22마리를 비롯해 보호지역(3㎞) 내 25 농가의 가금류 600여마리도 예방적 살처분 조치를 단행했다.

또한 서산시 일원에 방역대별로 통제초소 및 거점 소독시설을 설치해 추가 확산을 막는 한편 발생농가에 대한 출입금지와 해당 지역 농가 등에 대한 소독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충남 서산에서 AI 확진 판정이 나면서 서산지역 내 양계농가에서는 초비상이 걸렸다.

그간 AI가 발병하지 않아 청정지역으로 불렸던 서산에서 새해 벽두부터 AI 양성판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살처분이 이뤄졌고, 지역 전 양계농가에서 소독 등 방역에 사활을 걸고 있다.

양계협회 서산시지부 관계자는 “AI 확진으로 양계농가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망연자실한 상황에서 장관까지 와서 철새한테 먹이를 주는 행사를 한다고 하니 참 답답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쪽에서는 농민들이 철새를 쫓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철새가 더 많이 오라고 먹이를 주고 있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정부와 자치단체에 상대로 철새 먹이주기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철새 먹이주기 사업은 AI의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라며 “먹이가 부족한 철새가 인근 농가로 찾아가는 AI 감염이나 역감염되는 사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조경규 환경부 장관(사진 오른쪽)이 3일 오후 충남 서산 천수만을 방문, 트렉터를 이용해 철새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사진=충남 서산버드랜드사업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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