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친환경차와 배터리 보조금 정책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미국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카드로 내놓을 ‘협력 의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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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터리산업협회, 법무법인 율촌, 미국 커빙턴 앤 벌링은 17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율촌에서 ‘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글로벌 로펌인 미국의 커빙턴 앤 벌링의 조세 전문 구자민 변호사와 최용환·박준모·안정혜·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IRA 정책, 보편관세, 감세정책, 기술 통제 등에 대한 정책 동향을 발표하고 우리 기업 대응방안에 대해 자문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 가장 예의주시하는 건 친환경차 관련 세액공제 등 혜택이 폐지될지 여부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전기차 보조금 지급 등 친환경차 혜택이 담긴 IRA를 “신종 녹색 사기”라고 하는 등 강하게 비판해왔다.
전문가들은 IRA 전면 폐기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IRA 전문가인 구자민 변호사는 “IRA로 인해 혜택을 받는 대부분 지역이 공화당이 주도하는 지역”이라며 “공화당 의원들이 IRA 전체 폐지는 반대하는 입장이고, 미국의 석유회사와 농업 관련 기업들도 IRA로 혜택을 많이 받고 있어서 전부 없애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IRA 관련 보조금 중 신규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조항(30D)의 경우 폐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 시절 도입돼 올해 연말 만료되는 ‘트럼프 감세법’인 감세 및 일자리법(TCJA) 연장을 약속했다. TCJA가 연장되면 10년간 4조달러의 재정적자가 예상되는데, 이같은 재정적자를 상쇄하기 위해 30D 폐지를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준모 변호사는 “트럼프 당선인이 단순히 친환경을 반대한다기보다는 감세법안 통과를 설득시키기 위해 (30D를) 폐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에서도 30D는 포기하고, 첨단제조세액공제(AMPC)에 집중해 세액공제 혜택을 지켜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AMPC는 미국 내에서 생산된 배터리 1킬로와트시(kwh)당 최대 45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제도로, 국내 배터리 업계는 AMPC 혜택으로 사업 적자를 피해 왔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삼성SDI(006400)·SK온 등 기업들은 IRA 시행 이후 미국 현지 생산시설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 왔다.
최용환 변호사는 “미국의 동맹국 중 첨단 배터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 일본밖에 없으며 한국 기업들의 비중이 큰 상황”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AMPC(45X 조항)를 축소하면 국내 기업들이 미국 내 배터리 제조시설을 내재화하지 못하는데, 트럼프 정책과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45X 유지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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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IRA 규정 중 미국이 중국 등 해외우려기관(FEOC)에 대한 기준을 강화할 가능성에 대해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핵심 광물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이 FEOC 규정 수정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구 변호사는 “트럼프 정부에서 FEOC 조항 변경 등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미국 정부와 끊임없이 접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입장도 국내 배터리 기업이 해외에 수출할 때 부담으로 다가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협상 카드’로서 보편 관세 부과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정혜 변호사는 “트럼프가 보편 관세를 협상 카드로 던지고 자신이 제시하는 조건에 끌려올 수밖에 없도록 협상의 도구로 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며 “정부 차원에서 이에 대해 적극 협상하는 한편 트럼프가 강조하는 원자력 등 미국과 협력할 의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업계에서는 공급망 다변화, 미국 현지화 전략 강화 등을 위한 정부와 국회 지원을 요구했다. 박태성 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이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새로운 배터리 협력 전략을 구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원가 경쟁력과 기술 초격차 확보 등을 위해 국회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