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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수용된다”며 “피고인은 (조직원 지시사항을) 단순히 친구에게 부탁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위로부터 차례대로 범행을 지시한 것이지 친구의 부탁으로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오인과 법리오해가 없고 원심 선고 후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어 양형이 부당하다는 의견도 받아 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은 지난해 4월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지시를 받아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회’를 가장, 미성년자 13명에게 마약이 든 음료를 제공한 사건이다. 이 중 9명이 실제로 음료를 마셨고 6명은 환각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중국산 우유에 필로폰을 섞은 뒤 학생들에게 제공한 후 음료를 마신 학생들의 부모에게 연락해 “자녀가 필로폰을 복용했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방법으로 금품을 갈취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이 범행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지난 7월 1심 재판부는 “불특정 다수를 표적으로 삼아 마약음료를 마시게 한 뒤 부모를 협박하고 금전을 갈취하려고 치밀하게 기획했다”며 “각자 역할에 따라 계획을 실제 실행에 옮긴 범죄로, 미성년자를 영리 도구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이 커 엄벌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앞서 실제 학생들에게 음료를 나눠준 혐의 등을 받는 또다른 주범 길모씨(27)는 대법원에서 징역 18년을 확정받았다. 보이스피싱 전화중계기 관리책 김모(40)씨와 마약 공급책 박모(37)씨는 각각 징역 10년, 보이스피싱 모집책 이모(42)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길씨 등에 대한 2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보이스피싱 범죄와 마약 범죄를 결합한 새로운 유형의 범죄”라며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 및 그 부모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