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39)은 14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클래식 연주자의 등용문으로 여겨지는 콩쿠르에 대한 자기 생각을 이같이 털어놨다. 그는 “내년에 듀오로 함께 연주하는 유자왕도 저처럼 콩쿠르 출신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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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드 음악원 재학 시절 두 번의 콩쿠르에 나갔어요. 한 번은 우승했고, 또 한 번은 2등을 차지했어요. 그런데 2등은 1위의 기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극적인 감정이었어요. 그 감정이 싫어서 콩쿠르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콩쿠르에 나가는 걸 보니 같은 곡을 심사위원에 마음에 들기 위해 반복해서 연습하더라고요. 저는 어린 연주자일수록 더 다양한 연주를 하며 실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올라프손은 “콩쿠르 우승자는 그 콩쿠르의 홍보대사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에 연주자 자신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다만 예외는 있다. 한국의 조성진, 임윤찬 등이다. 그는 “이들은 콩쿠르 우승 이후에도 한 사람의 아티스트로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올라프손의 내한은 이번이 5년 만이다. 지난 10월 발매한 새 앨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기념하는 투어의 일환이다. 지난 12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13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먼저 공연을 마쳤다. 오는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6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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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는 저에게 중요한 선생님입니다. 음악은 물론 저 자신을 이해하는 데에도 많은 영향을 줬죠. 14세 때 글렌 굴드의 연주로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바흐의 음악이 심각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시적인 면과 종교적인 면 등 다양한 모습이 있었죠. 그때부터 이 작품을 꼭 앨범으로 녹음하고 싶었는데, 25년 만에 그 꿈을 이뤘습니다.”
올라프손은 앨범 녹음에도 적극적인 연주자다.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과 계약을 맺은 뒤 2017년 첫 앨범 ‘필립 글래스: 피아노 작품’을 시작으로 총 6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음원 누적 스트리밍 수는 2억 6000만 회에 달한다.
올라프손의 또 다른 특징은 소리를 색감으로 느끼는 ‘색청’(色聽) 능력이다. 그는 자신이 앨범에 수록한 작품에서 느끼는 색을 앨범 커버로 표현해 왔다.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앨범은 흑백 사진을 사용했다. 올라프손은 “바흐의 음악이 가진 단순함과 투명함을 표현하고자 했다”라며 “무엇보다 바흐의 음악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의미에서 시대를 알기 힘든 흑백 사진을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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