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 ‘비대면 진료’ 속도 낼 때 됐다

이대호 기자I 2022.02.14 15:56:53

코로나19 상황서 비대면 진료 한시 허용
의약계 반발 속 ‘가야 할 방향’ 공감대 이루기도
‘수가 보전’ 매몰돼 여전히 도입 난항
통제 가능한 시장…플랫폼 경쟁 활용하면 어떨까

지난 10일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이광재·강병원·이영 의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비대면 진료 정책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사진=4차위)


[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의료와 법조 등 전문 직역 분야에서 플랫폼 산업이 기지개를 켜면서 곳곳에서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의료계와 비대면(원격) 진료 플랫폼 업계 간 갈등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원칙적 반대’를, 대한약사회는 ‘절대 불가’ 수준으로 비대면 진료를 막아서고 있다. 산업 논리에 휘둘려선 안 되는 분야가 의료라지만, 외부에선 의료계 입장을 기득권 침해에 대한 반발로 받아들이는 것이 대체적 분위기다.

비대면 진료는 도입 논의만 지난 20년 가까이 공회전이 이어지다가 코로나19를 맞닥뜨린 지난 2020년 2월이 돼서야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예상치 못한 급박한 상황에 시장은 열렸으나, 산업계에선 애써 일군 플랫폼이 도루묵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약사회에서 코로나19 심각 단계가 격하된다면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등 여전히 반대 기류가 강해서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와 이광재·강병원·이영 의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비대면 진료 정책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의료계 참가자들은 비대면 진료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결국 가야 할 방향이 비대면 진료라는 것에 공감대를 이뤘고, 젊은 의사들부터 의료계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세부 각론에서 일부 이견이 있었을 뿐, 공통 전제는 ‘비대면 진료 도입’이었다.

의료계가 짚은 비대면 진료 도입이 진전되지 않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수가 보전’이다. 비대면 인프라를 갖추고 관련 교육도 받아야 하며 의사가 환자 일정에 맞춰야 하는 등 여러 불편한 상황을 극복할만한 수가 책정이 이뤄지느냐에 여전히 의료계의 불신이 있었다.

의료계 입장도 충분히 공감하나, 지금처럼 수가 보전에만 매달린다면 비대면 진료 도입은 난항일 수밖에 없다.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상황이 계속된다.

이 경우 오히려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비대면 진료는 정부 통제와 의료계 관여가 절대적인 룰이 되는 시장이다. 타 직역이나 산업계 분야처럼 플랫폼이 막강해지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엄격한 통제를 이어가되 그 속에서 발전적인 경쟁을 보장한다면 어떨까. 우리는 수많은 국내외 디지털 플랫폼이 온라인 창업과 신종 직업 탄생을 이끌며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 버팀목이 된 사례를 목격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도 다를 것이 없다. 더구나 통제 가능한 시장이다. 의료 접근성을 비약적으로 낮춰 중장기적인 의료 시장의 생태계 확장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 국정감사 등에서 산업계 의견을 전달한 닥터나우는 코로나19 증상 관련해 처방약 배송 무료지원을 시작했다. 플랫폼 누적 이용자가 140만 명에 달해 파급력이 적지 않은 지원이다. 정부 정책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의료계는 이처럼 스스로 움직이는 플랫폼 기업을 오히려 활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 서울시가 다수의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연락을 취해 코로나19 재택치료자 관리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플랫폼 업계는 기꺼이 협조하려는 모양새다. 이쯤 되면 사회 인프라로 인정받은 게 아닐까. 올해는 비대면 진료 상시 도입에 속도를 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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