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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프라 수요 엄청나, AI가 핵심 전략”
24일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우융밍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향후 3년 동안 클라우드 컴퓨팅과 AI 인프라에 최소 3800억위안(약 74조9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알리바바가 투자하는 금액은 지난 10년간 총투자액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중국 내 클라우드 및 AI 인프라 분야 민간기업의 투자금 중에서도 가장 많다. 이번 투자금은 장기 기술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범용인공지능(AGI) 등 AI 전략의 장기 목표로 삼았다.
알리바바가 클라우딩과 AI 분야에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린 이유는 딥시크를 계기로 촉발한 첨단 기술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서다.
우 CEO는 “AI의 확산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고 국내 기술 산업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상승세”라며 “알리바바는 클라우드·AI 인프라 구축을 가속화하고 업계 전반의 생태계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리바바의 실적 성장에 대한 자신감도 뒷받침했다. 알리바바는 아시아 1위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이자 AI 쳇봇인 ‘퉁이 첸원’을 보유했다. 알리바바의 직전 분기 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1% 성장했고 AI 제품 매출은 6개분기 연속 세자릿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알리바바가 20일 발표한 2025 회계연도 3분기(2024년 9~12월)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2801억5000만위안(약 55조2000억원), 조정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548억5300만위안(약 10조8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8%, 4% 증가했다.
우 CEO는 실적 발표 때도 “AI 시대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분명하고 엄청나다”면서 “향후 3년 동안 AI를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AI 인프라와 플랫폼, 기존 비즈니스의 AI 혁신에 대한 투자를 늘릴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알리바바는 가장 중요한 두 부문(AI와 클라우딩 컴퓨팅)에 힘입어 1년여만에 가장 빠른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투자자들은 AI 분야에서 경쟁하려는 알리바바의 결의가 커지고 있음에 박수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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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권익 보호” 약속, 대규모 투자 탄력
사실 알리바바의 투자 결정은 글로벌 기술기업과 비교하면 빠른 수준은 아니다.
블룸버그는 “알리바바는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미국 대기업들이 지금까지 주도한 경쟁에 합류했다”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회계연도 중 AI 데이터센터에 800억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메타는 올해 약 650억 달러를 배정했는데 알리바바의 일정은 미국 경쟁사에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알리바바는 한때 미국 나스닥에서 시가총액이 불어나던 중국 최대 기술기업이었지만 마윈이 사실상 중국 당국에 의해 축출된 후 기술 규제와 감시로 위기에 놓였다.
2020년 공개 석상에서 중국 정책을 비판했던 마윈은 이후 자취를 감췄고, 이듬해 알리바바는 역대 최대인 182억위안(약 3조6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자회사인 앤트그룹의 나스닥 상장과 알리바바그룹의 6개사 분할 등 주요 경영 계획도 줄줄이 무산됐다.
하지만 지난 17일 시 주석이 7년여만에 직접 주재한 민간 기술기업 대표 좌담회에 마윈이 등장하자 시장에선 알리바바에 대한 평가가 바뀌고 있다. 중국 당국 눈 밖에 났던 마윈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민영 기업 자금 조달·높은 비용 문제를 해결하고 부당한 요금·벌금 및 검사 등을 정비해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라”고 주문했는데 사실상 기술기업에 대한 규제보다는 지원 의지를 시사했다는 평가다.
로이터통신은 “마윈의 기업과 더 넓게 기술 산업은 규제 단속이 표적이 됐고 그가 주목 받지 못하는 시기 동안 중국 민간 부문의 운명이 역전됐다”며 “마윈의 (좌담회) 참석은 (기술기업의) 자신감을 높일 계기”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알리바바는 마윈의 좌담회 참석 후 일주일만에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미국 기업과 본격적인 AI 기술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출사표를 낸 것이다.
중국 자오샹증권은 “알리바바는 급증하는 AI 수요를 잡기 위해 다양한 AI 제품을 통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며 “여전히 중국 AI 혁신 물결의 주요 수혜자로 새로운 AI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