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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자정께 시작하는 투표의 관전 포인트는 리야드의 우세 속 부산, 로마가 승부를 2차 투표까지 끌고갈 수 있느냐 여부다. 1차 투표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하더라도 전체 표의 3분의 2(122표)를 얻지 못하면 2차 투표를 통해 1·2위 도시가 다시 한번 맞붙어야 한다. 추격자인 부산 입장에선 1라운드에서 리야드의 독주만 막을 수 있다면 2라운드에서 승부수를 띄워 막판 뒤집기도 기대해 볼 만하다.
섣부른 기대, 때 이른 포기는 절대 금물이다. 지금 이 순간 확실한 한 가지는 그 누구도 결과를 알 수 없는 것 그리고 끝날 때까지 결코 끝난 게 아니란 것뿐이다. 결전의 순간을 앞둔 세 후보 도시들이 세계 박람회 유치를 위해 내건 출사표와 청사진, 회원국 표심의 향방을 가를 변수에 대해 짚어봤다.
◇최초 ‘탄소중립’ 행사…부산·로마 5월, 리야드는 10월
부산은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 로마는 ‘사람과 영토: 재생과 포용, 혁신’, 리야드는 ‘변화의 시대: 미래를 향한 내일을 위한 연대’가 주제다.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을 찾는 박람회 정신과 취지에 맞춘 주제들이다. 표현상 차이는 있지만 모두 지속가능성, 기후변화 대응, 창의, 혁신, 평등 등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다. 로마는 부산, 리야드에 비해 국적, 인종, 성소수자(LGBT), 장애인 등에 대한 차별이 없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 개념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신재생에너지 활용, 자원활용 및 폐기물 최소화, 친환경 교통망 구축 등 ‘탄소중립’(넷 제로) 박람회 역시 공통된 콘셉트다. 부산과 리야드가 세계 최초의 친환경 박람회 개최를 공언한 가운데 로마는 행사장 내에 세계 최대 규모 태양광 공원 조성 계획을 내놨다. 부산은 가덕도신공항과 박람회장(북항)을 지하로 연결하는 수소 고속철도 ‘차세대 부산형 급행철도’(BuTX) 계획을 공식화했다. 리야드는 박람회장을 아예 공항(킹 칼리드)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에 조성한다. 로마도 기존 지하철(메트로) 노선을 박람회장(토르 베르가타)까지 연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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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도시 모두 이전까지 세계(등록) 박람회를 개최한 경험이 없는 초보 도시이지만, 범위를 국가로 확대하면 이탈리아는 2015년 밀라노에서 세계 박람회를 개최했다. 한국은 1993년 대전과 2012년 여수에서 세계 박람회보다 한 단계 아래인 전문(인정) 박람회를 열었다. 단 한 번도 어떤 유형의 박람회를 개최한 적이 없는 곳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유일하다. 다만 세계 박람회는 개최도시 선정 시 올림픽, 월드컵 대회처럼 대륙 등 지역배분 원칙을 적용하지는 않는다.
한국은 부산이 유치에 성공할 경우 미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에 이어 세계 3대 메가 이벤트(세계 박람회·올림픽·월드컵)를 모두 연 7번째 국가가 된다. 아시아에선 일본(1970년·2025년 오사카, 2005년 아이치), 중국(2010년 상하이), 아랍에미리트(2020년 두바이)에 4번째로 세계 박람회 개최국 타이틀을 달게 된다.
◇박람회로 도시개발… 투자·지원 확대로 표심잡기
부산과 로마는 세계 박람회 개최를 도시 재개발의 기회로 보고 있다. 부산은 도시 브랜드 제고와 함께 신항만 개장으로 기능을 잃은 북항 일대 재개발이 가장 큰 이유이자 목표다. 박람회 유치 시 해운대 등 동부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가덕도신공항 일대 서부산 지역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부산시는 기대하고 있다.
로마는 비용 등 문제로 2007년 공사가 중단된 채 15년째 방치 중인 스포츠 복합시설 ‘벨라 디 칼라트라바’(Vela di Calatrava) 등 토르 베르가타 지역 도시 재생을 목표로 삼고 있다. 수년째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도심 쓰레기와 낙후된 대중교통 시설 등 주거환경 등 도시 인프라를 재정비하는 계기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리야드는 도시 개발보다 탈석유화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세계 박람회 활용도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1조 달러(약 1300조원)를 투입해 개발 중인 신도시 네옴시티 등 ‘비전203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최근엔 2030년까지 1조 달러를 투입, 수도 리야드를 에너지와 제조, 물류·운송, 관광 산업 중심의 세계 10대 도시로 만든다는 구상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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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비자, 취업, 거주 허가 등 박람회 방문객에 대한 입국 인센티브 확대,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등 세금 면제 카드를 내놨다. 여기에 박람회 폐막 이후에도 각 국가나 기업이 희망할 경우 전시홍보관 운영을 허용하는 사후 활용도 유치 공약에 추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박람회장 조성에만 78억 달러(약 10조1500억원), 리야드에 1조 달러(약 1300조원)에 달하는 기술 투자 등 오일머니를 활용한 물량 공세 전략을 펴고 있다. 세계 박람회 역사상 가장 많은 1억 2000만명 방문객 유치 외에 개막 2년 전인 2028년 박람회 관련 모든 준비를 끝낸다는 이색 공약도 내걸었다. 지금까지 역대 최다 방문객 기록은 2010년 상하이 세계 박람회의 7300만명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역대 최다 방문객 유치를 위해 특별 비자 발급 외에 국영 항공사 리야드항공 전세기를 활용한 직항 노선 확대도 계획 중이다.
◇정치·외교 등 지정학 이슈, 인권문제 변수될까
일부에선 이번 2030 세계 박람회 유치전을 서방 국가와 중동 국가 간 대결 구도로 보기도 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서방과 중동 국가 사이에 지정학적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다. 중동 국가들이 강한 결속력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아시아와 유럽에선 외교 셈법에 나선 일부 국가의 입장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이웃 나라인 이탈리아 로마가 아닌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지 입장을 밝힌 프랑스, 몬테네그로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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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인권 문제도 변수로 떠올랐다. 개최도시 선정을 일주일 남짓 앞둔 지난 23일 아랍세계를 위한 민주주의(DAWN), 프리덤 하우스 등 15개 국제 인권 단체는 리야드의 세계 박람회 개최를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했다. 단체들은 182개 BIE 회원국을 향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구금과 고문, 실종, 사형 집행이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중동 국가에서 세계 박람회를 여는 것은 인권 유린 행위를 은폐하고 인정하는 행위”라며 리야드 반대 투표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