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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오늘 주제는 롯데그룹입니다. 최근 검찰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 중인 가운데 25일 오전 9시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가 열립니다. 한국과 일본 시차가 없으니 오전 중에 결과가 전해질 것을 보입니다. 일본회사인 롯데홀딩스 주총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롯데 경영권의 향방과 밀접하고 이 회사가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로 국내 롯데계열사의 경영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정기주총이어서 일반적인 결의사항을 먼저 심의·의결한 후 특별안건을 처리합니다. 특별안건은 신동빈 회장(롯데홀딩스 대표)과 신동빈 회장 측 인사인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 해임안건입니다. 신동빈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상정한 안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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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모두 신동빈 회장이 승리했는데 이번엔?
이번 주총은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에 이어 세 번째 대결인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번 주총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유는 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공개된 롯데홀딩스 지분내역과 지난 주총까지의 결과를 종합해보면 신동빈 회장측 우호지분이 안정적입니다. 신 회장 개인이 가진 롯데홀딩스 지분은 1.4%에 불과하지만 종업원지주회(27.75%), 임원지주회(5.96%), 미도리상사 등 계열사(13.9%),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10.65%)가 신 회장의 우군입니다. 이중 롯데홀딩스와 상호출자관계인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 지분을 제거하고 봐도 신동주 전 부회장보다 많습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본인 지분(1.62%)과 본인이 지분 과반 이상을 가지고 있는 광윤사(28.14%) 등이 확실한 지지기반인데 이 지분율로는 임원해임안을 통과시킬 수 없습니다.(☞관련기사 롯데 경영권, 광윤사 주총보다 종업원지주회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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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지주회가 ‘캐스팅보트’라는 관측이 나오는데
신동빈 회장의 우군 중에서 임원지주회는 이번에 신 회장과 같이 해임대상으로 올라간 쓰쿠다 사장이 사실상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자신을 해임하는 안건에 찬성할리가 없고요. 미도리상사·패밀리·그린서비스 등 롯데홀딩스 주주인 일본계열사들도 쓰쿠다 사장을 비롯한 일본 쪽 임원, 다시말해 신동빈 회장측 인사들이 주주로 포진해 있는 회사들입니다. 예컨대 쓰쿠다 사장은 미도리상사 지분 14%를 보유중이고, 패밀리와 그린서비스 지분도 각각 7~9%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역시 찬성할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종업원지주회의 뜻만 변하지 않으면 주총 결과에 이변은 없는 것입니다. 종업원지주회는 우리로 따지면 우리사주조합 유사하지만 의결권 행사방식이 다릅니다. 우리사주조합은 개별 조합원이 자신뜻에 따라 찬·반의사를 표시할 수 있고 조합에 위임도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의사를 묻는 과정을 거친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롯데홀딩스의 종업원지주회는 130명의 과장급 이상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개인에게 의결권이 있지 않고 개별로 찬반을 물어서 다수가 모아지는 의견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구조도 아닙니다. 의결권을 포기하는 대신 매년 주당 6엔씩 배당을 받습니다. 의결권은 종업원지주회의 이사회가 결정합니다. 쉽게 말하면 종업원지주회 주식은 사실상 주식이 아닌 예금인 것이죠. 우리가 은행 예금하면 이자는 꼬박꼬박 받는대신 내가 맡긴 돈이 누구한테 다시 대출되는지는 상관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신동주 전 부회장측은 종업원지주회 이사회마저도 의결권을 경영진 측에 위임하는 구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종업원지주회 의결권 행사구조를 바꿔야한다는 주장도 했고요. 아무튼 지금까지 종업원지주회 이사회가 어떤 입장을 표명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대로 신동빈 회장을 지지할 것으로 보고 그래서 이변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진행중인 검찰 수사의 ‘칼끝’이 미치는 영향은
이번 롯데홀딩스 주총은 롯데의 지배구조에서 뭔가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긴 힘들어 보이지만 검찰수사는 다릅니다. 롯데의 운명은 롯데홀딩스 주총보다는 검찰수사의 칼끝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으로선 말 그대로 피의사실을 단정할수도 또 그렇게 해서도 안되는 수사단계이고 검찰수사의 종착점이 어디인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에따른 영향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예상되는 수순을 따져보는 것이라는 점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검찰수사는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특정임원 또는 오너일가의 개인비리로 국한되느냐, 호텔롯데 등 계열사 법인도 조직적으로 연루되느냐, 마지막으로 신동빈 회장까지 영향을 미치느냐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롯데에 대한 검찰수사에서 가장 먼저 나왔던 사항은 신동빈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건이었습니다. 네이처리퍼블릭이 롯데면세점에 입점할 때 돈을 받고 특혜를 줬느냐, 이른바 롯데면세점 입점로비 사건입니다. 만약 검찰의 최종수사결과가 계열사의 조직적 연루가 아닌 특정임원이나 오너가(家) 일원의 개인비리 선에서 마무리된다면 오히려 신동빈 회장체제를 강화하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른바 ‘신동빈식 개혁’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더 힘을 실어주는 셈이 됩니다.
그리고 중단상태인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도 신동빈 회장의 언급대로 이른시일내 재추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신영자 이사장은 호텔롯데의 사내이사(등기임원)이기도 합니다. 등기임원 개인이 만약 횡령·배임에 연루된다면 상장심사를 할 때 내부통제가 잘되어 있느냐를 따져보는 질적심사 항목에 마이너스 요소입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내부통제 쇄신방향과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를 제시한다면 시기만 다소 늦춰질 뿐 호텔롯데IPO에 결정적 장애물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식 관점에서 호텔롯데 IPO가 재개되면 호텔롯데 공모주 외에도 롯데쇼핑(023530)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롯데쇼핑이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계열사중에서 상장 가능한 것이 몇 곳 있습니다. 우리가 잘아는 곳들입니다. 우선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하고 있는 코리아세븐 지분 51%를 롯데쇼핑이 가지고 있고. 롯데리아 지분도 38%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입니다. 또 롯데리아가 최대주주인 롯데정보통신이라는 회사도 상장 가능기업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롯데쇼핑이 직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의 상장이 가시화되면 지분가치가 부각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건 코리아세븐과 롯데정보통신은 신동빈 회장도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 회장에겐 향후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이 지분을 유용한 실탄으로 만들려면 상장이 필요합니다.
◇검찰수사서 계열사 조직적 관여가 확인된다면
앞서 살펴본 개인비리와는 차원이 다른 영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선 검찰수사에서 언급되는 계열사들은 호텔롯데, 롯데케미칼(011170), 롯데물산 등이 나오고 있습니다. 호텔롯데는 지금 검찰수사때문에 IPO를 무기한 연기한 것인데요, 최근 면세점 이슈 때도 말씀드렸지만 사업구조상 호텔업이 아닌 면세점 사업자입니다. 면세업이 전체매출의 80%이상으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면세점 매출만 보면 시내면세점 비중이 73%로 공항면세점(27%)을 압도하고, 점포별로는 서울 소공동 면세점이 전체 면세 매출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폐장을 앞두고 있는 월드타워 면세점이 13.5%를 담당해왔습니다.
면세점은 인허가 사업입니다. 입점로비 등 여러 범죄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닙니다. 면세사업은 호텔롯데의 전부나 다름없는데 이러한 사건은 국민정서상 용납되지 않을 뿐더러 향후 인허가 심사와도 연결돼 기업가치를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아울러 상장규정에는 회계처리기준 위반이 확인되면 향후 3년간 상장이 불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직 이 부분은 수사과정에서도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룹총수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파장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부분 역시 아직 검찰수사 관련 내용에서 나온 바는 없고, 현 단계에서 신동빈 회장의 측근이 소환조사를 받았고 앞으로도 소환이 예고되고 있는 정도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검찰수사의 칼끝이 신동빈 회장 본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현재 신 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호텔롯데 IPO와 지배구조 개편은 물론이고 일본 롯데그룹의 지배력 문제도 한층 복잡한 수순으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다만 많은 총수들이 구속됐던 과거 사건에 비춰보면 그룹의 총체적 위기가 찾아올 경우 오히려 반면교사로 그룹이 전면적으로 쇄신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SK가 대표적이었습니다. 2003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001740)) 분식회계로 그룹총수 최태원 회장이 구속 됐고, SK글로벌은 워크아웃(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절차) 신세가 됐습니다. 이후 최 회장의 사재출연을 통해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2007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대대적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또한 롯데쇼핑(023530) 등 롯데계열 상장회사는 외국계주주나 연기금펀드들도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 헤지펀드 성격이 아니라 가치투자를 중요시하는 이들 주주들 역시 검찰수사 결과를 당연히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들이 수사결과에 따라 경영투명성 제고와 지배구조 개편 요구를 강하게 할 수 있다는 점도 롯데는 고려해야합니다. 또 검찰수사의 칼끝이 어디까지 도달하느냐에 따라 형제간 계열분리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입니다. 현대·두산·금호가 대표적으로 경영권 분쟁이나 검찰수사의 영향 속에서 계열분리를 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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