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산업부 장관들이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쓴소리를 내뱉으며 대동단결했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던 인사들이다. 이는 곧 한국 반도체의 위기가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힘을 모아 대응해야 할 문제라는 현실을 상징한다.
직접 보조금 필요성이 화두에 오르고 있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 지원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정부는 혹여나 삼성전자(005930) 등 대기업에만 특혜를 준다는 비판 여론이 있을까 종합 대책을 내놓길 꺼리고 있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정치권의 당파 싸움으로 관련 법안이 계류되면서 전력, 용수 등 인프라 문제에 산적해 있다. 이공계 인재들은 의대 진학에 몰두하고 있고 인재 양성은 질보단 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른 국가들이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조건 없이 퍼붓는 건 아니다. 저마다의 조건으로 기업들과 미래 성장을 약속하며 보조금으로 일종의 ‘계약’을 맺는다. 만약 직접 보조금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 우리도 조건을 걸고 금융·세제 지원 등 종합 패키지를 내놓으면 된다.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면 된다.
한국과 중국의 D램 기술 격차는 5년이고 낸드플래시는 2년이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은 제조업의 부흥을 꿈꾸며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고, 이미 앞서 가는 대만은 온 국민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반도체 거인으로 불리던 일본 도시바와 미국 인텔이 이렇게 추락할 줄 아무도 몰랐다. 모두 미래를 대비하지 못한 결과다. 기업이 잘하는 일이 따로 있는 것처럼 정부와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다. 한국 반도체가 글로벌 주도권을 더 강하게 잡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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