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인 중앙처리장치(CPU)에서 시장 지배력이 갈수록 약해지는 와중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파운드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인텔이 예기치 못한 수준의 큰 위기에 빠지면서 K반도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달 이사회서 구조조정안 발표”
로이터는 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이 이달 이사회에서 대규모 사업 구조조정·비용 절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며 “FPGA 부문의 매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지난 2015년 FPGA 생산업체 알테라를 167억달러(약 22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알테라는 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과 달리 만들어진 이후에도 다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반도체인 FPGA를 생산하는 회사다. 당초 이 시장은 1위 자일링스와 2위 알테라 사이의 2파전 양상이 짙었는데, 두 회사가 각각 AMD, 인텔에 인수되면서 AMD와 인텔이 경쟁하는 시장으로 바뀌었다. 인텔은 알테라 기업공개(IPO)를 통해 지분 일부를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매각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기업으로는 미국 마벨 테크놀로지가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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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부문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로이터는 “이달 이사회 구조조정안에 파운드리 매각은 포함하지 않았다”면서도 “회의 전에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꼭 이번이 아니더라도 ‘돈 먹는 하마’ 파운드리 매각 카드는 계속 수면 위에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창사 이래 최악 위기 세가지 이유
왕년의 제국 인텔이 최악 위기에 빠진 이유는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인텔의 상징인 CPU 사업에서 AMD 등 경쟁사에 점점 따라잡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인텔의 서버 CPU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82.0%에서 올해 1분기 76.4%로 하락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AMD의 경우 18.0%에서 23.6%로 올랐다. 반도체업계 한 인사는 “요즘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CPU를 자체 설계하는 시대”라며 “인텔의 시장 지배력이 급격하게 약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 와중에 TSMC, 삼성전자와 초미세 경쟁을 벌이겠다며 파운드리에 돈을 쏟아부으면서 위기는 가속화했다. 인텔의 현재 파운드리 점유율은 1% 미만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무사안일, 관료주의 문화까지 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의 전직 임원들은 최근 로이터에 “인텔에 그저 안주하는 문화가 생겼다”고 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뒤처진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흔들리는 인텔이 K반도체에 미칠 여파다. 만에 하나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다시 철수한다면 TSMC와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 2파전 구도는 더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1~2나노대 초미세 공정 경쟁이 가능한 곳은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그만큼 삼성전자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인텔 파운드리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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