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식상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MZ세대의 당돌함’이 느껴졌다.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29)의 첫인상이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클래식 음악에 대한 최재혁의 생각은 명확했다. “전통에 반기를 들고, 전통을 배반하며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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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당돌한 음악 세계를 오는 10월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롯데콘서트홀의 기획 프로그램 ‘매일클래식’의 세 번째 무대인 ‘시간과 공간’을 통해서다. 최재혁이 이끄는 현대음악 단체 앙상블블랭크가 찰스 아이브스, 벨라 코바치, 베른하르트 갠더, 죄르지 리게티, 스티브 라이히 등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음악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최재혁이 작곡한 ‘오르간 협주곡’의 세계 초연 무대다. 피아노, 바이올린 등 친숙한 악기가 아닌 오르간을 소재로 한 협주곡을 작곡했다는 점에서도 최재혁의 개성이 잘 드러난다. 오르간은 여러 가지 음색을 표현해 오케스트라의 모든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로 여겨진다. 바흐, 헨델 등 바로크 작곡가의 작품을 제외하면 ‘오르간 협주곡’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최재혁은 “뉴욕에서 살고 있을 때 모마(MoMA, 뉴욕현대미술관)의 마르코스 그레고리안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이라며 “가뭄으로 땅이 갈라진 것 같은 울퉁불퉁한 질감의 그림을 보며 과감하면서 속도감 있는 음악을 쓰고 싶었다”고 작곡 계기를 밝혔다. 이번 공연에선 최재혁이 ‘오르간 협주곡’을 직접 지휘한다. 오르가니스트 최규미가 협연자로 함께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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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두 가지 궁금증이 생겼어요. 내 앞에서 지시하는 사람(지휘자), 그리고 내가 연주하는 악보를 쓴 사람(작곡가)에 대한 궁금증이었죠. 모차르트 곡을 연주하면서 어린 마음에 ‘이런 단순하면서도 듣기 좋은 멜로디는 나도 써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작곡하게 됐고,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최재혁은 사실 현대음악을 싫어했다. 베토벤, 브람스처럼 “음악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음악을 공부면서 “아름다움은 객관적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클래식은 과거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음악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이유다. 최재혁은 “작곡을 시작한 이유에 중에는 남들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욕망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앙상블블랭크는 최재혁이 줄리어드 음대를 같이 다닌 한국인 연주자들과 2015년 창단한 단체다. 앙상블블랭크는 신진 작곡가들의 작품을 초연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최재혁은 “친구들과 같이 맥주를 마시다 우연히 만든 팀 이름인데, 지금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릇’이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