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 짐 37㎏ 지고 산 오르다 숨진 20살…"27분간 방치" 유족 분노

채나연 기자I 2025.01.31 18:17:35

故김도현 일병 아미산 추락 사망 사건
장비 옮기다 추락…발견 27분 뒤 119 신고
군 헬기 구조 실패에 이송 지연
경찰, 현장 지휘자 등 3명 입건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지난해 강원 홍천 산악지대에서 훈련 중이던 육군 일병이 굴러떨어져 숨진 가운데 훈련과 구조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유족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25일 강원 홍천 산악지대에서 훈련 중 숨진 고(故) 김도현 일병.(사진=MBC 실화탐사대 캡처)
지난 30일 MBC는 사고 당시 무전 기록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고(故) 김도현 일병은 사건 당일 오전 10시쯤부터 이모 하사와 2명의 상병과 함께 훈련장소인 아미산을 올랐다. 이날 산을 오르던 중 상병 1명이 다리를 다치면서 김 일병이 선임 상병 짐까지 지게 됐다.

김 일병은 이날 본인 짐 25kg 장비와 상병 짐 12kg 장비를 번갈아 올려놓는 식으로 산길을 계속 올랐다. 그런데 김 일병은 어느 순간 사라졌고, 등산로를 벗어난 곳에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다친 채 발견됐다.

김 일병이 발견된 시간은 이날 오후 2시29분쯤이었으며, 그로부터 27분이 지난 오후 2시56분쯤 뒤에야 119에 김 일병 구조 요청이 이뤄졌다.

심지어 구조하러 온 군 헬기와 산림청 헬기 사이에 혼선이 빚어져 구조는 더 늦어졌다. 군 헬기가 출동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산림청 헬기는 복귀 조처 됐으나 정작 군 헬기는 환자를 헬기로 끌어올리는 ‘호이스트 작업’에 실패하며 구조가 늦어졌다.

MBC가 입수한 사고 당시 소방 무전에는 “군부대 헬기 미숙하여서 상황 정확하게 판단 안 된다”, “현장에서 군부대 헬기 철수 시켜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결국 사고 신고 약 2시간 반 만에 소방 헬기가 김 일병을 구조해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오후 6시 29분쯤 사망 판정을 받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 김 일병은 경추 5번 골절과 왼쪽 콩팥 파열로 인해 숨졌다. 이에 유족은 김 일병의 발견부터 사망까지의 4시간 동안 신고와 구조가 늦어지면서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 일병의 아버지는 “119 소방대원한테 신고도 안 하고 27분이라는 동안 모든 시간을 다 낭비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또 유족은 사고 당일 오후 4시51분쯤 김 일병이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음에도 군 당국이 부모에게 ‘훈련 중 굴러 다리를 다쳤다’고 설명한 점에도 의문을 품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군 당국으로부터 홍천 일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고를 신고한 하사와 사고를 보고받은 상사 등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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