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이 필요했던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광고를 보고 신분증, 가입신청서, 공인인증서를 대포폰 업자에게 건넸다. 일면식도 없는 범인에게 비대면으로 자신 명의의 선불 유심 9개를 개통하게 해 준 대가로 받은 돈은 총 45만원. 이후 그는 전기통신사업법(대포 유심 개통) 위반 혐의로 전과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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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자신 명의로 된 휴대전화나 유심을 범죄자에게 제공했다가 사기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범죄자가 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3일 경찰청은 “급전이 필요해 휴대전화나 유심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면 받은 돈의 수십 배 이상의 빚을 떠안는 것뿐 아니라 의도치 않게 다른 범죄를 도와주게 되고, 결국 형사처벌까지 받는 ‘삼중고’를 겪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특히 ‘휴대전화 내구제 대출’ 주의보를 발령했다. ‘나를 구제하는 대출’의 줄임말로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잠깐 빌린 후 갚으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른바 ‘휴대전화 깡’ 사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대포폰 업자들은 대출이 안 되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심을 넘기고 일부 현금을 받는 방식으로 유인한다. 하지만 수개월 뒤 피해자는 휴대전화 기기와 통신 요금, 소액결제 대금으로 빚만 떠안게 되기 일쑤다. 게다가 휴대전화를 타인에게 제공한 혐의로 형사처벌까지 받는 경우도 많다. 경찰 관계자는 “선불 유심 개통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함께 전달되기 때문에 범인이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 다른 범죄를 추가로 저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포폰과 대포 유심을 사용했다가 적발되는 사례는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1만5910건이었던 대포폰이나 대포 유심 적발 건수는 지난해 5만5141건으로 3.5배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도 2만7176건이 적발되는 등 좀처럼 근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찰은 대포폰과 대포 유심 적발 사례 중 상당수가 휴대전화 깡이나 선불 유심 깡 수법을 통한 범죄로 보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포폰 등을 이용한 각종 불법 사금융을 뿌리 뽑을 때까지 예방과 수사 및 범죄수익 환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