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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배(10개)의 가격은 7만 1679원으로 1년 전(3만921원)보다 2배 이상(132%) 올랐다. 평년 가격(3만 8313원)과 비교해도 87%나 비쌌다. 오이(10개)와 애호박(1개)의 가격도 각각 1만 4242원, 2094원으로 1년전보다 33%, 31%가 올랐다.
다른 채소 가격도 상승세다. 건고추(600g)이 1만 8129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 올랐고 당근(1㎏), 무(1개), 배추(1포기)의 가격도 34%, 6.1%, 5% 올랐다. 요리의 필수 재료인 고춧가루(1㎏)도 3만 5040원을 기록해 전년동기(3만 3737원) 보다 3.9% 비쌌다. 추석 차례상의 필수 재료인 사과(10개) 가격은 1년전보다 7.9% 내렸지만 평년 대비로 보면 5% 비싼 수준이었다.
채소 가격의 상승 배경은 올해 잦은 호우와 폭염 등 기상 악화의 영향이다. 실제로 기상청 기후 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국 강수일수는 18.3일로 평년보다 3.5일이나 많았다. 평균 최고기온도 29.9℃로 평년보다 1℃ 이상 높았다. 병충해에 취약한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졌다는 얘기다.
문제는 추가 상승 가능성이다. 긴 장마 뒤 폭염이 이어지면 병충해가 확산할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애호박, 오이 등의 가격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가오는 추석도 문제다. 명절 수요 증가로 공급 불균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작황 변동 폭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농작물 수급 안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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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물가의 또 다른 위협은 소금과 설탕 가격의 상승세다. 모든 음식의 주 재료인 만큼 앞으로 가공식품은 물론 외식업체까지 여파를 미칠 수 있다. 정부는 최근 외식물가 상황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소금과 설탕이 복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소금과 설탕의 물가는 각각 174.73, 144.56으로 최근 5개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동월 대비로는 17.6%, 14.8%씩 올랐고 2020년 대비로는 73.3% 44.6% 치솟았다. 소금과 설탕 물가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 악화 등으로 매년 수직상승하고 있다.
소금 설탕 가격이 가공식품 인상을 이끄는 현상도 포착되고 있다. 롯데리아는 지난 8일부터 버거류 20종의 가격을 2.2% 인상했다. 대표적으로 불고기와 새우버거가 단품 기준 100원, 세트 메뉴는 200원 올랐다. 스타벅스도 지난달 31일부터 카페 아메리카노 그란데(473㎖) 사이즈 가격을 300원 올렸다. 이들은 원부자재 가격 인상 등을 가격 조정 배경으로 꼽았다.
문제는 앞으로 소금 설탕의 가격 역시 쉽사리 내려가지 않으리란 점이다.
연이은 에너지 비용과 인건비 증가에 국내 천일염 등 소금의 생산원가가 크게 올랐다. 특히 올해 여름 기록적인 장마로 염전의 타격도 크다. 설탕도 마찬가지다. 엘리뇨 등 이상기후로 브라질과 인도 등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의 작황이 좋지 않다. 국제 설탕 가격도 유엔(UN) 식량농업기구(FAO)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설탕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7% 상승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천일염 400t을 시장에 공급하는 등 비축 물량을 풀고 있다. 설탕 등 농산물은 할당 관세 등 제도를 통해 대응 중이다. 할당 관세는 특정 수입 물품에 대해 한시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제당 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도 압박 중이다. 실제로 CJ제일제당(097950)은 지난 7월 기업 간 거래(B2B) 설탕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