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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알파벳(구글 모회사) △애플 △메타(페이스북 모회사)△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바이트댄스(틱톡 모회사) 등 6개사를 디지털시장법(DMA)에 따른 ‘게이트키퍼’(대형 플랫폼사업자)로 지정했다. EU가 게이트키퍼를 지정한 건 올 5월 디지털시장법이 발효된 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도 스마트폰에 탑재된 자체 웹 브라우저 등을 통해 독점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게이트키퍼 지정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최종 명단에선 제외됐다.
디지털시장법은 게이트키퍼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되면 다른 회사가 제작한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앱마켓을 자사 플랫폼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방해야 한다. 기본 앱 설정이나 개인정보 결합 등을 통해 플랫폼에서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우대하는 행위도 엄격히 금지된다.
이 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연매출의 최대 10%, 반복 불이행이 확인되면 20%까지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조직적인 위반행위’가 확인되면 사업부 일부에 대한 매각 명령까지 받는다. 다만 EU는 올 3월까진 게이트키퍼 의무 이행을 위한 유예 기간을 줄 계획이다.
이 같은 초강력 제재 리스크를 빅테크가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 MS와 애플은 게이트키퍼 명단이 공개되기 전부터 각각 브라우저(MS ‘빙’)와 메신저(애플 ‘아이메신저’)가 게이트키퍼로 지정돼선 안된다고 EU에 주장해왔다. 경쟁사보다 시장 점유율이 낮은 자사 서비스가 게이트키퍼로 지정되면 경쟁사의 시장 지배력을 키워주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EU는 이번에 이들 서비스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할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메타는 개인정보 결합을 금지한 디지털시장법에 저촉될까 봐 SNS 스레드를 유럽 지역에선 아예 출시하지 않았다.
로펌 제라딘파트너의 설립자인 다미앤 제라딘은 대표적인 플랫폼 공룡인 구글과 애플을 언급하며 “새로운 규정을 상당 부분 따라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들이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인지는 다른 문제”라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말했다. 그는 “규제 대상 회사는 모두 다루기 어려운 회사”라며 “많은 전문가들이 소송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이용자 수와 매출 등 디지털시장법이 규정한 정량적인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EU가 전략적으로 게이트키퍼를 지정할 수 있다는 점은 기업들이 반발할 수 밖에 없는 요소다. EU는 유해 콘텐츠 유통과 관련해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또 다른 플랫폼 규제인 디지털서비스법을 지난달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아마존은 자사가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으로 지정된 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