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조작 사태에 칼 빼든 감독당국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양석조 서울남부지검 검사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 참석했다.
4개 기관장은 최근 벌어진 주가조작 사태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다. 특히 이들은 허술했던 감시망을 촘촘하게 다듬고, 불공정거래 세력에 대한 적발부터 처벌에 이르기까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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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제보 등을 통해 불공정거래 세력들을 적발했던 기존 ‘수동적 감시’ 시스템에서 불공정거래 혐의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적발하는 ‘능동적 감시’ 시스템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정보수집반TF(태스크포스)를 꾸려 감시·조사 인력을 확충하고, 조사·감시 부서 등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선다.
SG증권발 주가 조작 사태 8개 종목의 ‘이상 거래’를 걸러내지 못한 거래소도 칼을 빼들었다. 거래소는 이상 거래 분석 기간을 중기(6개월) 및 장기(연간)로 나눠 적출 기준을 마련하고, 알고리즘·고빈도 거래, 신종 다단계 수법을 이용한 불공정 거래에 걸맞은 시장 감시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거래소는 SG증권발 주가 조작 사태와 같이 거래지역과 IP를 다르게 해 정상으로 둔갑한 거래를 막기 위해 다수의 동일 종목이 거래가 될 경우나 매매패턴이 유사할 시 연계계좌 군으로 묶어 조사 및 분석을 할 예정이다. 거래자 정보가 나오지 않아 감시망에 걸리지 않았던 차액결제거래(CFD)에 대해서도 CFD 이용자 정보를 거래소에 통보하도록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남부지검은 금융당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정보 등을 공유해 사전에 불공정거래 혐의를 포착하는 등 효율적 수사 및 제재 방안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혐의의심거래 신고 의무도 강화해 자발적 신고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남부지검은 증권 불공정거래에도 ‘리니언시’ 제도를 도입해 내부 고발 유인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리니언시 제도란 불법행위에 대해 자진신고를 할 경우 신고자에 대해 처벌을 경감하거나 면제하는 제도로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 각계 전문가들도 ‘처벌강화’·‘제도 개선’ 한목소리
이날 토론회에서는 학계 인사 등 전문가들도 참석해 시스템 개선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특히 자본시장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 신상을 공개하는 조치를 도입하거나 부당이득 금액을 초과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처벌을 대폭 강화한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영향 미치는 범위가 넓은 주가 조작에 대해 가담하는 세력의 신상공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가 출범, 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동시에 주식이 거래됨에 따라 불공정거래 양태가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라며 “유럽이나 미국 등의 사례를 보면 여러 플랫폼 사이에서 관련 데이터 수집하는데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플랫폼 간에 기술적 표준을 맞추는 작업과 함께 시장 감시 효율화하는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불공정 거래는) 금전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걸리면 끝난다’는 (인식이 생기도록) 제도가 개선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현재 공정거래법에만 도입돼 있는 동의의결제를 언급하며 “벌금을 부과하거나 행정상 과징금 부과해도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는 어렵다”며 “벌금이든 과징금이든 국고로 귀속함으로써 행위를 억제하는 효과를 거두고, 피해자 구제를 위해선 동의의결제가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