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 재판에서는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에 대한 죄명이 쟁점이 됐다. 결과적으로, 협박 당시 또는 협박 이전 영상의 존재가 입증되지 않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촬영물 등 이용협박죄가 적용되지 못하고 일반 협박죄로만 처벌됐다. 성적 촬영물을 이용해 협박한 행위로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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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해 5월 25일 안산의 한 모텔에서 전 여자친구 B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그대로 둔 채 도주했고, 서울에서 112에 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는 범행 전부터 B씨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스토킹 행위를 했다. 지난해 5월 10일부터 20일까지 약 열흘 간 무려 481회에 걸쳐 B씨에게 연락했다. B씨가 연락을 거부하자 B씨의 친구에게까지 연락했고, 친구의 지인을 폭행하기도 했다.
특히 A씨는 B씨에게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했다. 그러나 실제 영상의 존재가 입증되지 않아,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등 이용협박이 아닌 일반 협박죄가 적용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의 동기, 경위 및 방법, 피고인과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춰볼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씨와 검사 모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은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특히 검사는 공소사실 중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협박)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것에 대해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2심 재판부는 “협박 범행 이후 살인 범행 당일에 피고인 휴대전화로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해당 조항(촬영물 등 이용협박)은 성적 촬영물을 이용해 협박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므로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협박)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징역 30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