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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 대의원제 건드린 민주당, 계파 갈등↑…존재감 높이는 이낙연

김유성 기자I 2023.11.27 17:29:30

민주당, 당무위 열고 대의원제 개편 논의
대의원 표권한 축소해 권리당원 영향력 ↑
비명 의원들 "개딸 영향력 커진다" 우려
신당창당설 이낙연계, 공개활동 하며 보폭 넓혀

[이데일리 김유성 이수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때아닌 ‘대의원제 개정’ 논의에 착수하면서 잠잠했던 계파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비명(非이재명)계는 이번 논의를 ‘이재명 사당화’라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는 확대해석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그 사이 원외에서는 비명계가 모이는 분위기다. 민주당 밖에서는 이낙연 신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하는 정치모임에서 신당 창당에 대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지방재정 파탄 해결’을 위한 민주당 지방정부 긴급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민주당은 27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전국대의원대회에서 권리당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골자는 권리당원의 60배인 대의원의 표 반영 비율을 낮추는 데 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에서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표 반영 비율을 20대 1 이내로 조정하기로 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숫자는 120만명, 대의원 수는 1만6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대의원들은 민주당 내 터줏대감들로 숫자는 적지만 60배에 이르는 표반영 비율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대의원의 표 반영 비율이 줄어들면 그만큼 권리당원의 영향력이 커진다. 개딸(개혁의 딸, 이재명 지지자)의 목소리가 더 커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대의원제 축소개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비명 의원들 사이에서 높았다.

문제는 개정 시점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총선 4개월을 앞두고 이 카드를 꺼냈다. 공천이 목전에 있어 일반 의원들은 반대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한 ‘비명(非이재명)계’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걸 토론 한 번도 해보지 않고 (중앙위) 온라인 투표로 끝내버리겠다는 것이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에 민주당 지도부는 “확대 해석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무위가 끝나고 “20 대 1 정도의 (조정은) 당내 공감이 있었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오는 12월 7일 중앙위를 거쳐 개정안을 최종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10월 25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회의실에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생존전략’ 평화학세미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불거지는 사이 원외에서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오는 28일 이 전 대표는 여의도 싱크탱크 ‘연대와공생’ 주최 포럼에 기조연설자 겸 토론자로 참석한다. 이번 포럼은 ‘대한민국, 위기를 넘어 진보의 미래로’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정치·경제·외교 3개의 세션에 이 전 대표가 주요 토론자로 참석한다. 정치와 경제, 외교와 관련한 그의 생각을 듣는 것이다.

이 행사에서 이낙연 신당론에 대한 의견이 나올지 주목된다. 지난 26일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민주주의실천행동’이 온라인토론회를 열었고 ‘새로운 정당·정치를 위한 플랫폼 발기인 모집’ 등의 계획 등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신당 창당설보다는) 이 전 대표가 대한민국 전반을 놓고 목소리를 내왔다는 것에 주목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비명계 의원들의 독자 행보가 구체화되고 있다. 5선 이상민 의원은 12월 탈당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이 의원은 신당 참여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원욱·조응천·김종민·윤영찬 의원은 민주당 내 ‘원칙과상식’이라는 별도 모임을 만들고 독자 행보 중이다. 이들도 ‘개딸’ 등 팬덤 정치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하는 정치모임과 같은 생각이다. 향후 양 측간 연대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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