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우리금융은 지난 4일 비공식 모임을 갖고 사실상 차기 회장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달 16일 정기 이사회까지 포함하면 한 달 새 이사진이 세 차례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이사회가 차기 임원 선출 절차를 더 지체할 경우 자칫 이사회의 ‘독립성 결여’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만큼, 다가오는 임추위에서 차기 회장 후보군이 확정될 전망이다.
우리금융 한 사외이사는 “(18일 임추위까지 포함하면) 세 번의 이사진 회동이 이뤄지는 만큼 차기 회장 후보군을 추릴 시기가 다가왔다”면서 “18일 롱리스트 공개 여부는 알 수 없다. 최적임자를 선별해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손태승 회장이 롱리스트에 이름을 올릴지 여부다. 우리금융 이사진이 ‘라임 제재’ 대응 방안에 대해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손 회장의 거취 여부 또한 불분명한 상태지만, 롱리스트에 손 회장이 포함되면 사실상 연임에 도전하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뒤집어 생각하면 임추위 전에 손 회장의 거취 표명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이 당국의 압박에도 후보군에 올라가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거취 표명 시기가 다가왔다는 의미다. 라임사태 중징계에 대한 가처분 신청 여부나 행정소송 여부는 그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올해 3월 임기가 끝나는 손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려면 당국을 상대로 징계 취소 소송을 벌여야 하지만, 당국은 손 회장의 퇴진 종용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 회장 후보군으로는 현직 및 전직 내부 출신과 외부 출신으로 나뉘어 하마평이 쏟아지고 있다.
현직 내부 출신으로는 손 회장을 비롯해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장 등이 거론된다.
전직 내부 출신 경쟁도 치열하다. 정원재 전 우리카드 사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황록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전 우리파이낸셜 대표이사), 남기명 전 우리은행 부문장, 김양진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조용흥 전 우리아메리카은행장 등이 물망에 올라있다.
이 중 정원재 전 사장의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1959년 충청 출신인 정원재 전 사장은 ‘카드의 정석’ 시리즈를 선보이며 우리금융 이사회로부터 우리카드의 외형을 가장 많이 키운 ‘스폐셜리스트’로 평가받고 있다. 조용흥 전 행장은 ‘복병’으로 거론된다. 1956년 부산 출신인 조 전 행장은 우리은행의 미국 현지법인 우리아메리카은행의 경영정상화를 이룬 ‘국제통’으로 손꼽혔던 인물이다.
외부 후보권 중에는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유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1954년 경북 출신인 조준희 전 행장은 2010년 기업은행장에 오른 이후 YTN 대표이사를 거쳐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직능본부 금융산업지원본부장을 역임했다. 1959년 전남 출신인 임종룡 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 실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 실장 등을 역임한 뒤 지난 2013년 NH농협지주 회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민관에서 금융에만 30년간 몸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