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당시 영국 외무부 차관을 지낸 아버지와 외삼촌과 사촌오빠 2명이 한국전에 참전했던 터라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전쟁 직후의 참상은 상상 이상이었다. 직접 두 눈으로 전쟁의 잔해로 남은 가난한 땅을 보며 `어렵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해 사는 것`이 자신의 소명임을 알았다.
스코틀랜드 지방 명문가 출신으로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영거 수산나 메리(Younger Susannah Mary) 여사. 전쟁 직후 한국의 땅을 밟았을 때 그의 나이 23세. 반세기 이상을 이 땅에서 지내며 유창한 한국말에 경상도 사투리까지 쓰는 그는 `양수지 할머니`, `양수산나 여사`로 통한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와 대구 효성여대 초청으로 한국행에 오른 뒤 대구·경북 지역에서 일평생 소외된 여성과 청소년의 자립을 위해 항상 낮은 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1960년 대구 효성여대 영어교수를 시작으로 대구카톨릭여자기술원장 등을 지내며 대구·경북지역에 사회복지시설 건립, 미혼모 지원 및 청소년 교육, 영국의 지원을 받아 축산농장 운영 등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평생을 헌신했다. 이러한 공로로 2011년 대구 명예시민이 됐다.
이제 83세 고령으로 건강은 좋지 않지만,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을 양성하며 지역사회복지의 토대를 마련한 공로로 제13주년 세계인의 날을 맞아 `올해의 이민자상`(대통령 표창) 수상자로 선정됐다. 세계인의 날은 국민과 재한 외국인이 서로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지정한 법정기념일로, 지난 2008년부터 매년 5월 20일에 기념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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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념식에는 당초 주한 외교사절, 재한 외국인 등 1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예방과 생활 속 거리 두기 실천을 위해 외빈 초청 및 공연행사를 취소하고 유공자와 가족 40명만 참석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대독한 축사에서 “우리 국민은 민족의 비극 6·25 전쟁의 참상을 극복하고 근대화를 이루었고, IMF 외환위기 속에서도 고통을 나누고 희망의 힘으로 단합하여 위기를 극복한 저력이 있었다”며 “위기 극복과정에는 재한외국인이 함께했던 것처럼 이번 코로나19 위기 상황도 함께 극복해 나가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