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종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국토교통부는 국내 운영 중인 101대 B737-800에 대한 전수 특별점검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이번 사고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무안공항 활주로 외곽 ‘로컬라이저’(방위각 표지시설) 둔덕에 대한 규정 위반 여부 등도 들여다보는 등 전방위적 안전관리 조사가 전개될 전망이다.
|
국토부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두 차례 브리핑을 열고 “이날 기준 탑승객 181명 중 부상 2명, 사망 179명 전원 확인됐으며 사망자 중 141명에 대한 신원 확인을 완료했다”며 “38명은 지문 채취 등으로 신원 확인 중이며 확인되는 대로 유가족과 협의해 장례식장으로 이송할 예정”이라고 수습 현황을 전했다.
사상자 수습 및 구조활동이 모두 마무리되면서 참사 원인을 규명하는 조사에 속도를 높인다. 사고 현장에서 회수한 블랙박스는 비행자료기록장치(FDR)과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2개로 이날 오후 3시 김포국제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이송돼 분석 가능 여부를 확인하며, 이후 이날 저녁 합류할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및 기체제조사 보잉 등 관계자 4명과 합동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단 FDR은 회수 당시 외관이 훼손된 상태로 정보 추출이 가능한지 여부 먼저 살펴야 하는 상황이며, 최종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이란 전언이다.
|
B737-800은 미국 보잉이 만든 중단거리용 항공기다. 총 길이 39.47m에 189개 좌석이 중앙 통로를 사이로 3열씩 배치된 구조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다수 보유한 대표적 항공기로 제주항공 39대, 티웨이항공 27대, 진에어 19대, 이스타항공 10대, 에어인천 4대, 대한항공 2대 등 총 101대가 운영 중이다. 제주항공이 보유한 39대의 평균 기령은 15년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무안공항 설비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 B737-800 자체 결함보다는 무안공항 활주로 끝에 위치한 로컬라이저 둔덕의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참사 역시 활주로에서 이탈한 항공기가 콘크리트로 지어진 둔덕과 충돌, 폭발로 연결되면서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적잖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일종의 안테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무안공항 2800m 활주로 길이는 적정해 보이지만 활주로 끝쪽 둔덕의 위치나 높이, 재질 등이 다른 공항에 비해 문제가 많아 보인다”며 “자세한 건 더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이같은 위치가 법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 “활주로 끝단 외벽과 사고 연관성에 대해 조사 과정에서 면밀히 파악할 예정으로, 일단 국내의 경우 제주·여수공항이 성토나 콘크리트 등을 써 로컬라이저를 높이 올린 사례가 있고 해외에서도 미국 LA공항, 스페인과 남아프리카공화국 공항도 콘크리트를 사용했다”면서도 “전반적인 규정 위반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