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살인사건’ 발생 후 한 달,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은 여전히 추모공간이었다. 가던 발걸음을 돌려 여자화장실 앞에 찾아와 잠시 묵념을 하는 시민이 있는가 하면, 양란과 수국이 심긴 화분을 정성스럽게 내려놓는 이도 있었다. 추모 발길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들은 가해자 전주환(31)에 분노하면서도 스토킹 범죄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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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포스트잇 문구를 하나하나 읽어보던 이모(47·여)씨는 이번 사건 이후로 화장실뿐만 아니라 어두울 때 혼자 집 밖에 나가기도 무섭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1990년대 일본에서 살았을 때 스토킹 얘기를 처음 접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피해자가 나오는 게 화가 난다”며 “여성은 왜 평소에도 불안하게 살아야 하나,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딸이 있어 이번 사건이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는 염모(70·남)씨는 “뉴스를 보고 상당히 당황했고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는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게 정부에서 법을 강력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며 “누군가 목숨을 잃고 피해를 입었을 때만 이슈가 됐다가 사라지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꽃화분을 사들고 온 이모(60·여)씨 또한 “(피해자와) 알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한숨을 쉬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 사건의 피해자를 추모하는 문화제를 주기적으로 열고 정부에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여성단체들은 매주 수요일마다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서 피해자를 추모하는 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궤도협의회)는 전날 오전 정부에 근본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재정적자를 이유로 안전대책은 포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추모공간에서 포스트잇을 작성하던 김모(20·여)씨는 스토킹처벌법의 허점이 많다는 점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알게 됐다면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신당역을 거의 매일 다니는데 이런 사건이 일어나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실제로 스토킹 피해자가 된다고 생각하면 너무 끔찍할 것 같다, 이 사건이 이대로 묻혀선 안된다”고 울먹였다.
앞서 전주환은 지난달 14일 오후 9시께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역사 내부를 순찰하던 피해자 A(28)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살해했다. A씨를 스토킹하고 불법촬영한 혐의로 징역 9년을 구형 받고 1심 선고가 이뤄지기 전날이었다. 살인을 저질러 지난달 29일로 연기돼 열린 1심 선고에서 9년형을 선고 받았고, 보복살인 혐의로 넘겨진 이번 사건에 대해선 오는 18일 첫 공판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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