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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42% 하락한 5만2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삼성전자는 올해 전체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량이 전년 대비 2배로 확대될 것이라 밝히며 5세대인 HBM3E의 개선 제품을 1분기 말 공급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딥시크 여파에 따른 하방 압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9.86% 급락한 19만 9200원에 거래를 마치며 20만원선을 지키지 못했다.
이날 급락은 외국인이 주도했다. 엠피닥터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삼성전자는 7000억원 규모를 팔아치웠다. 지난 17일부터 7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 역시 이날 하루에만 3932억원 규모를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설 연휴 동안 글로벌 증시를 강타한 딥시크 쇼크로 인해 고성능 반도체와 대규모 데이터센터, 전력설비 투자 모멘텀의 둔화 우려가 반영됐다”며 “이에 따라 반도체와 전력기기 등 관련 업종들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락은 예정된 순서였다. 설 연휴 기간 미국의 엔비디아 등 여타 AI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딥시크가 최근 선보인 추론 AI 모델인 ‘딥시크 R1’이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오픈AI의 챗GPT AI 모델인 ‘o1’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엔비디아는 지난 30일(현지시간)까지 10% 넘게 급락한 바 있다.
◇ 반도체주 변동성 커질 듯…AI 소프트웨어 ‘주목’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방향성을 잃고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딥시크가 오픈AI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관련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딥시크에 대한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공존하고 있어 설 연휴 기간 미국 증시의 AI 반도체 관련주들이 등락을 거듭해온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같은 길을 밟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금융당국도 딥시크가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이날 ‘시장 상황 점검회의’에서 “미 증시 변동성이 정보기술(IT) 부문을 중심으로 상당폭 확대된 만큼 국내 파급 영향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전날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인공지능 산업구조에도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관련 동향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하방 압력 속에서도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고 봤다. 딥시크가 AI 모델의 가격 경쟁을 촉발시킴에 따라 AI 생태계가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I 소프트웨어로 시장의 시선이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이날 네이버(NAVER(035420))는 6.13% 급등한 21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카카오(035720)도 7.27%의 상승률을 보였다.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딥시크의 등장은 AI 생태계 확장에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며 “AI 관련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의 빠른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중기적인 관점에서 딥시크와 같이 오픈소스 AI 모델을 활용해 추론과 학습 비용이 낮아지게 되면, AI 도입속도가 한층 가속화될 수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AI 산업의 확장성을 키울 것”이라며 “한국, 미국 등 주요국 증시에서는 AI 소프트웨어 업종에 우호적 수급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