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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8일 광주·전북·전남·제주 지역을 시작으로 합동연설회 일정을 본격화했다. 국민의힘은 이번을 포함해 다섯 차례의 합동연설회와 여섯 차례의 방송토론회를 진행한다. 후보 간 정책·비전을 제시하는 합동연설회가 본격화했지만 당내 관심은 온통 ‘메시지 읽씹 논란’에 집중되며 내홍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나경원·원희룡 후보는 이번 사태를 한 후보의 총선 패배 책임론으로 이어가려는 모양새다. 나 후보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때 모든 후보들이 김 여사가 이 문제에 대해 사과 한마디 해 주시는 걸 기대했다. 사과 한 마디는 총선에 상당한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고, 원희룡캠프 이준우 대변인 역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사과 타이밍을 놓쳐 전국적으로 몇 석을 잃어버렸는지 당원들이 궁금해하고 있다”고 저격했다.
한 후보도 이번 논란을 총선 패배 책임론으로 엮으려는 시도가 이어지자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한 후보는 지난 1월 김 여사와 사적으로 주고받은 메시지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공개된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비정상적인 당무 개입”이라며 사실상 대통령실을 겨냥하며 정면 돌파에 나서고 있다.
소장파인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부당한 전당개입의 주체가 대통령실이라고 본다”며 “직접 문자 공개를 대통령실이 안 했을 수 있더라도 친윤 내지 반한 인사들이 구심이 생기는 과정을 보면 직간접적으로 그 뒤에 대통령실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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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후보는 “박 전 대통령 형사처벌 당시 나온 단어를 연상하게 하는 것 같다. ‘이건 범죄다’ 이런 느낌이다. 이런 단어까지 꼭 써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단어를 계속 쓰는 것은 ‘대통령과 나는 신뢰관계가 없다’고 자꾸 얘기하는 것 같다”고 직격했다.
◇非韓 후보들, 읽씹 사태 통해 ‘영남’ 표심 뒤흔들기
당 지도부는 전당대회가 이전투구 양상으로 흐르자 후보들에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전당대회가 과도한 비난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일부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당헌·당규에 어긋나는 언행은 즉시 엄중한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지금 전당대회 모습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공방으로 자해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후보들 모두 선거 이후를 생각하며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지도부의 호소에서 이번 논란이 쉽사리 정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쟁 후보들이 ‘읽씹 논란’을 통해 주요 지지층인 영남권 표심을 뒤흔들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가 80%에 반영될 정도로 당원들의 표심이 선거결과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친다. 경쟁 후보들은 이번 사태를 부각해 영남권 중심의 당심을 뒤흔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실은 추가적인 대응을 삼가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미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말했고 더 이상의 언급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7일 “대통령실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 주십사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