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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설정 차량 몰래 처분…"배임 아니다" 33년만 대법 판례 변경

김윤정 기자I 2022.12.22 17:20:18

담보설정 차량 몰래 처분해 배임죄 기소 A씨
1·2심 ''유죄'' 벌금 30만원…대법원, 파기환송
"소유권이전등록의무, 타인사무 아닌 자신 사무"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채무자가 채권자 몰래 담보물인 자동차를 처분해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로써 동산을 담보로 제공한 채무자가 담보물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본 대법원 판례가 33년만에 변경됐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방인권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2일 A씨의 배임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16년 사업가 A씨는 제품 공급 업체 B사에 대금을 납입하지 못해 자동차를 담보로 제공한다는 공정증서를 쓰고도 이듬해 3월 B사 몰래 245만원에 자동차를 처분했다.

이에 검찰이 A씨에 대해 배임 혐의로 약식명령을 청구하자 A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재판의 쟁점은 A씨가 배임죄 구성요건으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였다.

1심과 2심은 A씨를 유죄로 보고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해당 사건과 마찬가지로 자동차를 양도담보로 제공한 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1989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한 것이었다.

이 판례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채무자가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른 급부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한다”며 “채무자가 통상 계약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 신임관계에 기초해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한다고 볼 수 없다”는 2020년 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권리이전에 등기·등록을 해야 하는 동산에 관한 양도담보설정계약에도 적용된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를 엄격하게 해석한 판결”이라며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것이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아닌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민사적 채무불이행 행위를 형사법상 범죄로 확대해석하는 것을 제한하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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