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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연설에서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으로 게양한 조기가 내려지기도 전에 또 총격 참사가 발생했다”며 “10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콜로라도주 총격 사건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으며 희생자의 가족들이 어떻게 느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회가 총기 규제 강화를 위한 입법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상원은 (총기 구매) 신원조사의 허점을 막기 위한 하원의 법안 두 가지를 즉각 통과시켜야만 한다. 이는 당파적인 문제가 아닌 미국의 문제다. 이 법안들이 미국인들의 생명을 살릴 것”이라며 “미래에 생명을 구하기 위해 기본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라면 한시도 지체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하원은 지난 11일 개인이나 총기 판매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 총기 거래 시 신원조사를 의무화하고 연방 수사관이 수행하는 신원조사 기간을 사흘에서 열흘로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 더해 바이든 대통령은 공격용 무기와 대용량 탄창 금지를 위한 입법도 상·하원에 요구했다.
그러나 공화당의 저항이 크다. 이날 미 상원 법사위원회에서는 하원에서 올라온 총기 규제 법안과 관련해 청문회가 열렸는데, 공화당 의원들은 해당 법안에 한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냈다.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이 제안한 법안은 총기가 관련된 폭력 사건을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미국인의 무장 권한을 규정하고 있는 수정헌법 제2조의 총기 휴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회가 궁극적으로는 미 국민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소지하려는 총기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얘기다.
공화당 소속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총기 문제로 비극적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민주당은 살인을 막지 못하는 법안을 제안하며 어리석은 총기 규제 쇼를 벌인다”며 “법을 준수하는 시민에게서 총을 빼앗으려는 시도”라고 했다. 상원 법사위 공화당 간사인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도 “최근 발생한 사건들은 경찰에 대한 자금 지원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거들었다.
또 법안들이 미 상원 문턱을 넘으려면 60% 이상의 표를 얻어야 하는데,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은 50석씩 동석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다는 점이다. 조 맨친 상원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총기 규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심지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조차 “투표는 할 것”이라면서도 법안 표결 일정은 확정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엔 대규모 정치후원금 등 정치권을 향한 총기업계의 로비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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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 언론들은 총기 규제 필요성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는 공격용 무기 금지 법안이 발효된 후 1994년부터 10년 동안 6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형 총기난사 사건이 37%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이 법이 만료된 2004년부터 그다음 10년 동안에는 6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이 183%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CNN 방송은 다만 “지난 7일간 미 전역에서 7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비극적 사건들로 사망자 발생을 막기 위해 총기 규제 법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도 “총기를 규제할 수 있는 법이 있더라도 애틀랜타나 콜로라도 총격범을 막을 수 있었을지는 모를 일”이라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총기 규제가 연방정부가 아닌 주정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