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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국채벤치마크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금리)은 전 거래일 대비 0.11%포인트 상승한 4.3%를 기록했다. 전날 0.21%포인트 상승한 데 이어 또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국채 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30년 만기 국채수익률도 전날 0.21%포인트 오른 데 이어 이날은 0.09%포인트 올랐다.
이날 미국 재무부가 실시한 580억달러 규모의 3년 만기 국채 경매 역시 2023년 이래 가장 약한 수요를 기록했다. BMO캐피털마켓츠의 베일 하트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채의 입찰 수익률은 예상보다 높았고, 팔리지 않아 딜러가 인수해야 하는 물량은 공모물량의 20.7%로, 2023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FT는 9일과 10일에도 390억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국채와 220억달러 규모의 30년 만기 국채 입찰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부진한 수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사람들은 지금 미국 국채를 원하지 않는다. ‘날 여기서 빼내줘’라는 모드에 빠져있다”며 이날 경매 결과가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봤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이날 1.6% 하락 마감했다.
위험회피심리가 커지면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주식 가격이 하락하고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 가격이 상승한다. 그러나 이처럼 미국 주식시장이 하락하고 있는데도 채권 시장에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 국채 시장이 이처럼 부진한 성격을 나타내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 설명이 나온다. 첫번째로 인플레이션 우려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채권 금리가 좀처럼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트레이더들이 포지션을 정리하면서 나타나는 전반적인 디버레이징, 즉 미국 자산에 대한 전반적인 노출을 줄이면서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도 현금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헤지펀드들이 ‘베이시스 트레이드’(현물·선물 차익거래)를 청산 중일 가능성, 네번째는 중국 등 외국 중앙은행들이 달러자산을 매도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FT도 베이시스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에 주목했다. 베이시스 트레이드는 미국 국채를 매수하고 동시에 국채 선물을 매도해 현물과 선물 간 가격차(베이시스)가 좁혀질 때 수익을 얻는 구조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은행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한 헤지펀드들이 은행의 국채 매입 규모가 늘어날 것에 베팅하면서 막대한 국채를 사들였지만, 국채수익률이 상승하면서 평가손실은 늘어난 반면, 금리 스와프의 상승으로 비용이 증가해 포지션을 청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가의 한 은행에서 일하는 트레이더는 “이는 본격적인 헤지펀드의 부채 해소”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부채를 줄이려는 트럼프 행정부에는 악재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여러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없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해방의 날’ 이후 약 0.10%포인트 상승한 상태다.
로이터 통신은 “베센트와 트럼프는 분명히, 관세가 결국에는 무역적자를 줄이고, 그에 따라 통화정책이 완화되고 금리도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인플레이션 우려, 전례 없는 불확실성, 그리고 극도로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이 뒤얽힌 지금 그 ‘결국’은 한참 먼 미래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결국 과도한 관세부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승 및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자 ‘미국 자산 이탈’ 흐름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미국 달러는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하다는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엔화를 도피처로 여기는 분위기가 커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0분께 엔화는 달러 대비 1% 하락한 144.75엔을 기록했다. 그만큼 엔화 가치가 올랐다는 의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위험회피 양상이 지배적인 이유는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과의 무역 마찰 심화와 세계 경제에 대한 하방 압력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