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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비 올리겠다”···누리예산 폭탄 돌리기 학부모에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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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영 기자I 2016.01.20 16:21:42

서울지역 유치원 학부모에 ‘원비 인상 준비’ 공문
“교직원 인건비 20~25일 지급으로 인상 불가피”
교육부 예비비 안 풀고···교육청 대출 이자에 난색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 회원들이 20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 신하영 기자)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교육부와 교육청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서로 떠넘기면서 학부모들에게 불똥이 튀게 됐다. 보육료 지원 중단으로 어려움에 빠진 서울지역 유치원들은 20일 학부모들에게 “유치원비 인상을 준비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우려했던 보육대란이 현실화됐지만 교육당국은 여전히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대출 승인’ 어려워지자 원비 인상 나서

유치원들은 매달 10~20일 사이 교육지원청으로부터 누리과정 지원금을 받아 이를 유치원 운영비로 사용해 왔다. 사립유치원의 경우 통상 전체 예산의 70%를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특히 유치원에서 일하는 교사·조리사·영양사·행정직원의 월급이 20~25일 사이 지급되기 때문에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유치원 누리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은 곳은 서울·경기 2곳이다. 예산 규모로는 서울(2521억)·경기(5100억)지역이 전체 유치원 누리예산(1조8900억)의 40.3%를 차지한다.

누리예산이 편성되지 않으면서 서울에서만 유치원 900여 곳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공립유치원 교직원의 경우 공무원으로 분류돼 인건비 걱정은 덜한 편이지만 전체의 78%(700여 곳)를 차지하는 사립 유치원은 인건비를 모두 자체 조달해야 한다.

결국 서울지역 유치원들이 나서 원비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청의 ‘대출 승인’이 어려워지자 학부모들에게 “원비 인상을 준비하라”란 공문을 보낸 것이다. 앞서 서울지회는 누리예산 편성 문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지난 13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만나 은행 대출을 요구했다. ‘교육기관’으로 분류돼 사립학교법 적용을 받는 유치원은 담보대출이나 기관대출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교육청 승인’을 받아올 것을 지회에 요구해 왔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은 대출이자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 명의로 대출을 받는 것은 법적으로 위배되는 상황이기에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며 “현재 지방채 이자도 내야하는 상황이어서 유치원 대출에 따른 이자부담(월 5800만원)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유치원 원비 인상으로 학부모들은 최대 29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치원총연합회에 따르면 유치원 원아 1인당 소요되는 교육비는 56만원이다. 정부는 ‘무상 보육’을 보장한 유아교육법에 따라 이 중 29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사립 유치원은 전체 예산의 70%를 차지하는 정부 지원금이 없으면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유치원들이 “원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교육부→교육청→유치원 ‘폭탄 돌리기’에 학부모만 피해

교육당국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9일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교육청들의 예산 구조를 분석한 결과 누리예산 편성이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2012년 누리과정 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정부는 일관되게 교육청이 예산편성을 하도록 규정해왔다”고 말했다. 누리예산은 교육감에게 편성 책임이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한 것이다.

교육부가 목적예비비 3000억 원을 풀지 않고 교육청을 압박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목적예비비는 국회 예산안 심의 때 누리과정을 우회 지원하기 위해 여야 합의로 편성한 재원이다. 교육부도 지난 11일 어린이집 누리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7개 교육청의 예산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이를 포함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교육청 예산편성이 먼저라며 이 돈을 풀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청이 먼저 누리예산을 편성하면 검토 후 예비비 3000억 원을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청도 유치원들이 요구한 ‘대출 승인’은 사실상 거부한 채 교육부와 지방 의회가 여론에 밀려 한발 물러서기만을 바라고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은 최악의 경우에만 상정할 수 있는 것”이라며 “목적 예비비를 집행할 수 있는 교육부가 조금 더 양보하고 시의회에서도 누리예산이 편성되도록 예산안 재의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2521억원)·경기(5100억원) 교육청은 유치원 누리예산을 편성했지만 시·도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중앙정부의 누리예산 편성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명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장은 “학부모들에게 누리과정 지원금이 나오지 않을 것 같으니 비용을 대신 낼 준비를 하라는 공문을 보냈다”며 “정부와 교육청이 누리예산 문제를 정치 논리로만 접근하며 자기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누리예산 편성 문제가 장기화되면 결국 학부모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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