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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국보 제17호)의 훼손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우아한 배흘림기둥 일부에 금이 가고, 벽체가 벗겨졌다. 경주 첨성대(국보 제31호)는 균열이 일어났고 이끼로 색이 변한 게 확인됐다. 경주 석굴암 석굴(국보 제24호)도 불상이 올려진 대좌부와 천장에 금이 관찰됐다.
국보와 보물, 사적, 천연기념물 등 문화재 1683건이 구조적 결함이나 즉각적인 보수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간 야외에 노출돼 훼손 위험도가 큰 지정문화재 총 7393건을 점검해 나온 결과다. 조사대상의 22.8%에 해당하는 수치다. 보존 대책이 요구되는 문화재가 5개 중 1개꼴인 셈이다. 그만큼 문화재 관리가 부실했다는 얘기다.
문화재청이 7일 발표한 ‘문화재 특별 종합점검’ 결과를 보면 보물과 사적, 중요민속문화재 등 국가지정문화재 중 19개가 F등급을 받았다. 훼손상태가 매우 심각해 즉시 보수가 필요한 문화재라는 판정이다. 울주 간월사지 석조여래좌상(보물 제370호), 여수 흥국사 대웅전(보물 제396호), 경복궁 아미산 굴뚝(보물 제811호)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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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숭례문 화재사고 뒤 6년이 흘렀는데도 문화재 소방 방재 대응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구단(사적 제157호) 등 128건의 문화재가 소방·감지 설비의 작동 상태가 미흡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번 조사는 숭례문 부실 복원으로 불거진 문화재 보존관리 부실 지적 등에 따른 문화재 관리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시행됐다. 이런 전반적인 점검은 문화재 행정이 시작된 후 처음이다.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문화재청은 훼손상태가 심각한 국가기정문화재인 서울 흥천사 대방 등 20건에 대해서는 12억원의 보수비를 투입해 긴급 보수 작업에 나선다.
부안 내소사 대웅전 등 소방 감지 설비가 미비한 문화재 128건을 대상으로는 오는 10월까지 23억원을 들여 소방설비를 보완하기로 했다. 석굴암, 해인사 대장경판, 첨성대 등 중요 문화재를 중심으로 중점 관리대상 문화재를 선정해 관리를 강화하고, 문화재관리사 제도를 도입해 문화재 관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