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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재생플랫폼 1.9조 수주계약, "법적 구속력 없는 계약"
4일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로킷헬스케어 피부재생플랫폼 글로벌 공급 계약 대부분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Non-Binding) 구조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8일 팜이데일리와 만난 로킷헬스케어 관계자는 "최소구매물량(MOQ)을 깔아놨지만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이라면 공시 대상인데 그게 아니다"라며 "그 계약이 꼭 지켜지지 않는다고 해서 계약 상대방에 불이익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계약 상대방이 구매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페널티가 없는 구조라는 것을 회사 측이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계약금 산정 방식도 논란이다. 로킷헬스케어 관계자는 "(공급계약 계약금은) 시장 규모 같은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해당 국가 인구를 기반으로 수요를 예측해서 러프하게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 계약 과정에서 서로 잘 몰라서 일부 오해가 있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1조 8980억원의 수주잔고는 확정 구매 의무를 전제로 한 계약이 아니라 잠재 수요를 바탕으로 한 느슨한 합의에 가깝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매출 전환은 '0.8%', 일부 계약은 이미 만료
수주 계약의 실제 매출 전환율도 극히 낮다. 수주 계약의 법적 구속력이 없는 부분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킷헬스케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피부재생플랫폼 독점 공급 계약 수주잔고는 12억5330만달러에 이른다. 원·달러 환율 1500원을 적용하면 약 1조898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로킷헬스케어의 지난해 연결 매출(262억원)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자회사 로킷아메리카 매출을 제외한 156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수주잔고 대비 매출 전환율은 0.8%에 불과하다. 수주잔고의 대부분이 해외 계약에서 발생하는 점을 감안해 해외 매출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 비율은 0.6%로 줄어든다.
문제는 사업보고서상 장기재생플랫폼 매출을 분리 공시하지 않아 정확한 매출 전환 수준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인공지능(AI) 초개인화 맞춤 장기재생플랫폼을 핵심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정작 해당 플랫폼의 매출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계약 기간이 만료됐거나 곧 만료되는 계약도 다수로 파악된다. 2021년 하반기 튀르키예 인트라메디컬과 체결한 계약(계약금 75억원)은 3년 계약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미 만료됐다. SRS라이프사이언스(3800억원)·1000메딕(1000억원)·라모네(340억원) 등 총 5140억원 규모 계약도 올해 하반기 계약 기간이 만료된다.
로킷헬스케어의 최근 3년 매출이 100억원대 내외였던 점을 고려하면 해당 계약들에서 수천억원의 계약금을 실제로 수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여겨진다. 법적 구속력도 없는 계약 구조에서 상대방이 구매를 이행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로킷헬스케어 사업 구조가 3차원(3D) 프린터를 저가에 공급하고 키트로 추가 매출을 내도록 하는 구조라면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계약은 존재하지만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팜이데일리는 로킷헬스케어가 상장하기 전인 2022년에도 '로킷헬스케어, 1.5조 유통계약에도 매출은 수십억원대?'라는 기사에서 동일한 문제를 지적했다. 3년이 지났지만 구조는 바뀌지 않았고 수주잔고 규모만 더 커졌다.
로킷헬스케어는 기업공개(IPO) 투자설명서에서 수주현황을 비교적 상세히 공개했다. 하지만 상장 이후 정기보고서에서는 수주총액과 수주잔고만 간략히 기재하는 데 그쳤다. 피부재생·연골재생 등 플랫폼별 구분도 사라졌고 계약 기간도 명시하지 않아 납기일을 확인할 수 없다.
삼성바이오 150%·노을 428%…로킷은 0.8%
비교 국내 기업들과의 격차는 극명하다. 바이오업계 대표적 수주 기반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잔고 대비 매출 전환율은 150%에 달한다. 같은 의료기기 중소업체인 노을의 경우에도 수주잔고 대비 매출 전환율이 428%에 이른다. 수주총액(268억원)의 18.3%인 49억원이 이미 납품을 마쳤다.
기업별 사업 구조와 계약 형태에 따라 단순 비교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수주잔고 대비 매출 전환 수준은 계약의 실질적인 이행 정도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여겨진다. 로킷헬스케어의 수주총액 대비 기납품액 비율 0.8%는 이 기준에서도 설명이 필요한 수치라고 의료기기업계는 지적한다.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기의 특성상 공급 후 병원에 제품이 등록돼야 하고 의료진이 실제로 사용해야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라면서도 "계약 구조마다 매출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단정지어서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