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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론은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기업들이 추가 자금 조달 시점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빌리는 단기차입금이다. 브릿지론의 경우 통상 제2금융권에서 취급하는 만큼 비교적 금리가 높다. 모셔널 이사회에 이철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이석현 최고전략책임자(CSO) 등 현대차 출신 경영진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그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사는 임시 이사회를 열고 수천억 원 상당의 모셔널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사안을 결정할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칼 이아그넴마(Karl Iagnemma) 모셔널 최고경영자(CEO)도 직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주주들과 자금 조달을 위해 협상을 진행해 왔다”며 “협상 과정에서 논의가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를 대비해 단기 조달 대안을 고려했다. 그 대안 중 하나가 브릿지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 3사가 브릿지론을 감안해 유상증자 규모를 확대하지 않는 이상 모셔널의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만기가 1년 안팎인 브릿지론 특성상 모셔널이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일부를 활용해 이를 상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자율주행 개발에 온전히 자금을 투입해도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금 일부를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는 것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모셔널이 금리가 높은 브릿지론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가뜩이나 이자 비용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차입이 확대되면서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모셔널은 제한된 영업환경 탓에 1년 매출로 이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모셔널이 지난해 지출한 이자비용은 27억원으로 같은 기간 매출(12억) 대비 2배 이상 많았다. 모셔널이 이자비용을 지출한 것은 지난 2020년(400만원) 이후 처음이다.
이는 모셔널의 적자폭을 더 키울 수 있다는 뜻으로 현대차에 가해지는 부담도 그만큼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모셔널의 적자에 따른 현대차의 지분법손실은 △2020년 991억원 △2021년 1229억원 △2022년 1891억원 △2023년 2014억원 등 총 6125억원에 달한다. 지분법손실은 투자회사가 피투자회사의 당기순손실 발생분에 대해 투자회사의 지분율 만큼 손실로 인식하는 금액을 말한다.
한편 모셔널은 현대차그룹과 미국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Aptiv)가 지난 2020년 설립한 합작사로 현대자동차의 전동화 모델에 기반해 자율주행 차량(로보 택시) 개발 및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앱티브는 지난 1월 모셔널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고 보유 중인 지분 일부도 제삼자에 매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