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에는 핵으로" vs "현실성 없어"…자체 핵무장론 '극과 극'[이슈분석]

권오석 기자I 2022.10.20 17:16:04

北 핵 위협 고도화에 '자체 핵무장론' 힘 실려
핵무기 자체 개발 시 실전 배치까지 2년 예상
찬반 논리 팽팽…일각 "잠재 능력 확보는 필요"

[이데일리 이유림 권오석 기자] 북한이 최근 전술핵 사용을 상정한 전례 없는 도발을 이어가면서 남북 간 ‘핵 균형’을 위해 남한도 핵 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를 넘어 궁극적으로 독자적 핵 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만큼 북핵 위협이 고도화됐으며 그 체감 수준 또한 높아졌다는 의미다. 반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 독자적 핵 무장에 나서는 것은 외교적·경제적 고립을 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이며,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는 반론도 여전히 대세로 형성돼 있다.

북한이 지난 9일 이른 새벽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한 가운데 이날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노동당 창건 77주년 창건일을 하루 앞두고 심야에 도발한 것으로,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참가한 해상 연합기동훈련이 실시된 데 대한 반발로 분석됐다.(사진=연합뉴스)
◇“공포의 균형 위해 핵개발 불가피”

독자적 핵무장론은 핵무기라는 비대칭 전력을 손에 넣은 적국과 전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상호 간 전쟁 억제를 목표로 하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 전략을 이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동일한 비대칭 전력을 보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자체 핵무기 개발에 나설 경우 실전 배치까지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하는 것은 신기루를 좇는 것과 비슷하다”며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는 것을 보면서 북한 비핵화 가능성은 `0`(제로)에 전락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우리에 전술핵을 사용하고 미국이 북한에 핵 보복을 하게 되면 미국 워싱턴 DC나 뉴욕이 북한 핵 공격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미 대통령도 북한에 대한 핵 사용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우리나라도 더 이상 미국의 ‘확장억제’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지키기 위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게 정 센터장 생각이다. 또한 한국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미국도 핵전쟁에 휘말릴 위험이 줄어들기 때문에 미국 안보에도 더 이득이 될 수 있다. 정 센터장은 “한국이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게 되면, 한국이 핵으로 대응하게 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도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핵 사용 문턱이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우리가 핵을 보유한 상태면 북한과 핵 군축 협상을 할 수 있고 동시에 제재를 완화해 북한의 경제 발전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면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강한 제재에 직면한다고 하지만, 독자적 핵무장을 주장하는 측은 NPT 제10조 1항을 주목한다. 해당 조항은 “각 당사국은 당사국의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미동맹 파기될 것”…日사례 주목

한국이 독자적 핵무장 노선을 걷는다면 그간의 안보 정책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특히 미국의 핵 우산이 한미 동맹의 근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동맹 관계는 파탄 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미 균열은 북한이 원하는 바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의 핵 보유는 북한의 핵 보유 논리를 정당화한다”며 “주변 국가, 특히 일본과 대만의 핵무장으로 이어지고 이는 동북아 핵 도미노 현상을 촉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입장에서 이란·북한과의 형평성 때문에라도 한국에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핵 보유가 안 되고 한국은 된다는 국제사회의 논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동일한 논리로 핵무기 미보유 국가들의 핵무장을 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체 핵무장을 반대하는 측은 우리의 핵무장 주장이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 야욕을 움츠러들게 하는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는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 중심으로 지지층 결집을 위한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데, 핵 무장은 정치적 득실에 따라 여론전으로 추진할 일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선 평화적 사용을 목적으로 우라늄 농축시설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갖추고 있는 유일한 국가인 일본의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굳이 핵무기를 갖지 않아도 잠재 능력을 보유했다는 사실이 북핵 억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핵 개발은 정말 마지막 단계에서 쓸 수 있는 카드”라며 “현재 북핵 위협은 차원을 달리하는 위협이다. 기존에 우리가 접근했던 방식으로는 안 된다. 일종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핵무기를 보유하려면 일본처럼 우라늄 농축시설과 재처리 시설을 가져야 하는데, 우리는 한미 원자력협정상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박 교수는 “북한이 핵을 쐈을 때 공멸하지 않도록 우리가 대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논의가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며 “핵무장의 가능성, 핵무장의 잠재적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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